이태원 참사 모른채 … 윤희근 경찰청장, 2시간 뒤에야 상황파악
제천서 지인들과 등산후
숙소에서 밤 11시께 취침
문자·전화 확인 늦어져
참사 4시간 뒤 지휘부 회의
1조투입 국가 재난통신망은
참사 당일에 제기능 못해
소방당국, 경찰지원 15번 요청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에서 캠핑을 한 후 자고 있던 것으로 4일 드러났다.
윤 청장은 사고 이후 1시간59분이 지난 뒤에야 사태를 파악했다. 개인 일정을 소화할 수는 있지만, 사망자 156명을 낸 최악의 사고 당일 경찰 최고 수뇌부가 이를 뒤늦게 인지했다는 점에선 결과적으로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당시 토요일 휴일을 맞아 본가가 있는 충북 제천을 방문해 지인들과 등산한 후 캠핑장에서 오후 11시께 잠이 들었다. 참사가 시작된 지 약 45분 뒤로, 윤 청장은 서울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알지 못했다. 당일 오후 11시 32분께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인명 사고 발생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20분 뒤 다시 상황담당관이 전화했지만 잠이 든 윤 청장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튿날인 10월 30일 오전 0시 14분 전화 통화로 비로소 상황을 보고받은 뒤 서울로 즉시 출발했고, 5분 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윤 청장은 참사를 처음 인지한 지 2시간16분 뒤인 10월 30일 오전 2시 30분에서야 경찰청에서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서울로 상경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등 지휘부의 부실대응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날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 초기라 어디까지 수사할 것인지 말하기는 지금 단계에선 부적절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서울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36분에서야 소식을 접했다.
이태원 참사 엿새가 지나서야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가 재난 상황에서 한 번에 통화가 가능한 4세대 무선통신기기도 참사 당일엔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1조원이 투입된 시스템이 정작 필요할 때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구축된 재난통신망이 이번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 안전 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를 오직 소방당국에서만 보고받은 배경에도 무용지물인 통신 시스템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자체뿐 아니라 경찰 등 관계기관의 사전대응 등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누가 무슨 책임이 있는지 수사 또는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참사 후에 제기된 112·119 신고 통합 필요성에 대해 방 실장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빠른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핼러윈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 수사는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손제한 특별수사본부장은 "참사 목격자·부상자 67명, 인근 업소 관계자 14명, 현장 출동 경찰관 4명까지 총 85명을 조사했다"면서 "혐의가 입증돼 입건된 사람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141개도 함께 확인 중"이라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3D 시뮬레이션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보한 자료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한 뒤에 범죄 혐의점을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특수본은 현재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3명을 불러 조사했다. 특별감찰팀이 수사를 의뢰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일한 류미진 총경도 아직은 특수본의 수사를 받지 않았다. 손 본부장은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어서 자료가 넘어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사고 원인이 규명되는 즉시 현장 책임자들의 늑장대응 관련 수사도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서울지방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 등 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압수수색 자료를 토대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특수본 수사팀은 이임재 서장의 카드 사용 내용을 바탕으로 참사 당일의 행적을 분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시간 식당에서 식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 이 서장의 음주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손 본부장은 "개인 동선 부분 역시 경찰청 특별감찰팀에서 자료가 나오는 대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골목길 주변 법률 위반 건축물에 대한 행정당국의 조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고 현장 주변의 건축물 17곳을 조사한 결과 8곳이 건축법을 위반한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소방당국이 첫 신고를 받은 뒤 2시간여 동안 경찰에 15차례나 현장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 당일 오후 10시 18분을 시작으로 교통과 인파 통제 필요성을 경찰에 반복적으로 전하면서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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