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덮친 '참사 트라우마'…30분만 산책해도 우울감 줄어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김정은 2022. 11.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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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증상 및 대처법
사상자 가족·주변인 뿐 아니라 뉴스 접한 국민도 우울감
스트레스가 뇌에 영향…불면증·소화불량 등 증상 유발
식사·수면 등 일상 유지하고 대화·글로 감정적 해소 도움
한 달 이상 지속땐 PTSD 의심…방치 말고 치료 받아야
사진=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온 국민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외부 일정을 자제하고 소비활동도 줄어드는 등 곳곳에서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상자 가족과 주변인뿐 아니라 TV, 인터넷을 통해 사고를 지켜본 국민들도 극도의 긴장과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은 국가적 재앙에 뉴스에서 눈길을 뗄 수 없고,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우울과 좌절감이 들고 가슴이 짓눌린 것처럼 갑갑하며 소화도 안 된다. 의료계는 “국민 상당수가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뇌에 생긴 생물적 변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생존한 이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이 그곳에 계속 있는 것 같은 재경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과각성(모든 자극에 과민해진 상태), 회피(무감각)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우리 뇌에서 생물학적인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뇌의 세 가지 영역인 편도체와 해마, 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영역은 모두 스트레스 관리와 관련돼 있다. 그래서 정상 작동하지 못하면 뇌가 과잉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감정 및 충동을 억제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구별하면서 동시에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는 실제 사건과 기억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들을 위협 그 자체로 인식한다. 전두엽 앞부분인 전전두엽 피질은 외부 자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뇌의 통제력을 관장하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이 기능이 억제돼 두려움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근육통 등 신체 변화 잘 살펴야”

사고 현장에 있진 않았으나 관련 영상, 뉴스 등을 접한 이후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인이 참사 이후 온라인으로 전파된 끔찍한 장면들을 접하면서 공포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여과 안 된 참사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정현지 씨(21)는 그 뒤로 매일 새벽에 잠이 깨고, 사고 현장 장면들이 계속 떠올라 괴로워하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갑작스러운 사고 등을 경험한 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정 기간에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불면증과 몸 떨림, 피로, 식욕 저하, 소화 불량 같은 증상이 대표적이다. 불안과 공포, 과민함, 악몽 등 심리적 변화도 생길 수 있다. 뇌에 있는 공포 및 기억의 회로가 활성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아 생긴 트라우마 증상은 실제 몸으로 오는 경우가 더 많다”며 “소화불량과 근육통, 피로감 등 신체 반응 및 변화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변과 대화하고 운동해야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증세가 호전된다. 트라우마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저절로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돼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의심해야 한다. 트라우마 치료는 심리요법과 약물요법 등이 있으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계통의 우울증 약물을 쓴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뇌는 새로운 경험과 작은 변화를 반복하며 회복하게 된다”며 “수면과 식사, 운동 등의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효과적인 대증요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신체적인 자극은 뇌를 활성화하고 우울감을 낮춰준다. 밖에 나가 30분만 걷더라도 긴장과 우울감, 부정적 생각이 많이 줄어든다. 영국정신건강재단(MHF)에 따르면 영국 의사들 중 22%가 우울증 치료법으로 약물 대신 운동을 처방한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가 살면서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80%가 넘는다”며 “주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거나 글로 표현하면 감정적인 해소가 이뤄져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부는 국민의 심리 안정을 위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한다. 마음안심버스엔 정신건강 전문의와 전문요원이 탑승해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를 측정한 뒤 상담해준다. 늦은 밤 심리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24시간 운영하는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이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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