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임직원 2명 중 1명 “내년 벤처 투자 시장 안 좋을 것”

노자운 기자 2022. 11.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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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 VC 종사자 684명 설문조사
90.6% “기업가치 과대평가돼있어”
인기 키워드는 인공지능·커머스·SaaS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 종사자 중 절반이 내년 벤처 투자 시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침체에 따라 벤처펀드 결성과 신규 투자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도 닫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벤처투자 제공

모태펀드 운용 기관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27일 발간한 ‘2022년 VC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7월 12~26일 국내 VC 종사자 68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량 조사를 한 뒤, 다양한 업력과 직급을 가진 6명을 뽑아 정성 조사를 실시했다.

정량 조사 참여자 중에는 심사역이 54.4%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 업무 총괄(21.8%), 기획·관리(23.8%) 담당 임직원들이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47.8%는 내년 벤처 투자 시장의 전반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28.8%에 불과했다. ‘올해와 비슷하다’는 응답(23.4%)도 많았다.

내년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47.5%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32%는 ‘올해와 비슷하다’고 답했으며, 20.5%는 오히려 규모가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VC 임직원들이 벤처 투자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근거는 ‘경기 침체에 따른 펀딩 및 투자 축소’였다. ‘펀드 출자자(LP) 모집의 난항’을 장애 요인으로 본 사람이 그 다음으로 많았고, ‘IPO와 M&A 등 회수 시장의 축소’, ‘정책자금 등 투자재원 규모 감소’가 뒤를 이었다.

반면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사람들은 ‘기업들의 질적 성장’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정책자금 등 투자재원 규모 확대’, ‘투자를 고려할 만한 기업 수 증가’가 뒤를 이었다.

올해 벤처 투자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87.9%가 올해 시장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에 불과했다.

한국벤처투자는 “특히 신기술평가사(신기사), 시리즈B 이상 투자를 선호하는 회사, 운용자산(AUM)이 3000억~1조원인 중대형사 관계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벤처투자 제공

정성 평가 참여자 중 일부는 올해 벤처 투자 시장의 문제로 ‘중소형 VC의 위기’를 꼽기도 했다. 익명의 20년차 심사역은 “중소형 VC들은 지금 펀드가 1~2개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500억~1000억원 정도 운용하는 하우스(VC)에 있어서는 정말 생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량 평가 응답자 중 64.9%는 올해 VC들 간 경쟁이 심화했다고 답했다.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한 사람은 24.1%였으며, 경쟁이 오히려 약화했다고 본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한국벤처투자는 “벤처 투자사의 증가와 투자 시장의 경색이 경쟁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투자에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과거 투자 성과가 판단의 중요 조건이 되다보니,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경쟁에서 중소형사의 경쟁력이 특히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돼있다는 게 VC 종사자들의 중론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90.6%가 이 같이 답했다. 성장 업종에 대한 선호와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기업들의 과대평가를 낳았고, VC들이 몇몇 성공 사례들을 보며 기업가치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큰돈을 베팅해 몸값의 거품을 키웠다고 한국벤처투자는 해석했다. 특히 바이오·의료(69.1%) 업종의 기업가치 과대평가가 심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편, 현재 VC들이 투자를 고려하는 스타트업들은 주로 ICT서비스 업종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30.1%가 ICT서비스 업종을 1순위로 꼽았다. 특히 액셀러레이터나 시드(seed) 투자 업체의 선호도가 높았다. 바이오·의료(18.4%), ICT제조(13.7%), 유통·서비스(7.2%)가 뒤를 이었다.

VC들이 가장 선호한 키워드는 ‘인공지능’이었다. ‘모바일서비스’, ‘커머스’, ‘플랫폼’, ‘사스(SaaS)’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메타버스’, ‘신약개발’, ‘소재’, ‘2차전지’, ‘반도체’ 등이 선호 키워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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