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 "국가적 응급재난 시스템 마련, 전문가 말 들어야"

박효순 기자 2022. 11.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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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 이하 의사회)는 3일 “이번 이태원 참사는 안전의식의 부재와 안일한 대응으로 일어난 안타까운 재난”이라며 “지금은 최선을 다하여 피해를 복구하고 다시금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무엇을 바꾸고 준비해야 하는지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재난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재난 발생 이후 초기의 적절한 대응이 의료인들의 몫이라면, 이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일은 정책당국의 책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근무가 아님에도 기꺼이 재난현장으로 달려가고 참혹한 현장에 심리적 충격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근무에 투입되고 있는 응급의료진들에게는 현장의 충격보다도, 비난을 일삼는 언론보도와 SNS의 근거 없는 비난에 더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사회는 “응급의학회, 재난의학회, 심폐소생협회 등 유관단체들과 함께 우리사회의 안전과 재난예방을 위한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며, 다시는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사회는 “우리에게는 우리의 현실과 상황에 맞는 우리만의 재난대응지침이 필요하다. 동일한 재난은 없지만 동일한 실수는 계속 반복될 수 있다”면서 정책당국에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1. 운동경기, 공연, 스포츠 레저시설, 대중집회 등 다중의 인원이 모이는 곳에 의사를 포함한 의료지원계획 마련=다중이용시설이나 경기장, 스포츠 레저시설 등은 지속적으로 안전사고와 인명사고가 발생해 왔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는 아직까지 없었다. 육체적 접촉이 빈번한 스포츠경기조차 선수에 대한 안전과 함께 관중들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조치 역시 전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일상적인 공간들에 대한 안전진단과 재난대응 계획마련은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이를 위해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심층 안전평가 실시, 운동경기·공연·스포츠레저시설 등에 단순히 의무실 마련이 아닌 의료인이 응급의료와 일차처치를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과 계획 마련, 군중집회·축제 등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경우 예상인원에 따른 사전점검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자격증 국가공무원 의무교육 및 일반인 교육강화=대한심폐소생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 및 유지자에 대한 보상이 없어 보급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외국의 경우 의료인뿐 아니라 교사, 공무원 등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종에서는 심폐소생술 자격증이 의무화된 경우가 많으며 취업 시 인센티브를 주는 곳도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공무원들(준공무원)에 의무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및 자격증 유지의무, 모든 교육과정에 적합한 응급처치, 재난교육을 의무화하고 학생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장려, 심폐소생술 가능자에 대한 다양한 보상책을 마련하여 교육확대와 일반인 응급처치 능력 함양이 요청된다.

3. 재난대응에 대한 국가 연구용역을 확대, 강화=재난은 발생장소의 위치, 교통, 인구, 환경 등의 지리적인 요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각각 다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재난대응 계획마련은 책상 앞에서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고민과 연구의 근거들이 모여야 적절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외국에서 과거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연구와 고민의 결과 만들어진 대응책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재난연구와 정책수립은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재난대응 대책마련을 위한 기본적인 연구에 정부의 연구용역 확대 적용, 응급의료 전문가들에 의한 실질적인 재난대책 마련과 시행, 현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향후 장기적 계획마련이 중요하다.

사고 당시 출동한 응급의료진들은 전날 당직근무를 하고 쉬던 중 호출을 받아 나와서 재난현장에 투입되었고, 대체인력이 없어 다음 날 다시 응급의료현장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회는 “지금이야말로 정책당국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양 찾기와 비난, 편가르기를 멈추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에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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