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견뎌줘요”… 고립된 봉화 광부 가족들, 손 편지 내려보냈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 한 아연 광산에서 발생한 매몰 사고가 4일로 발생 10일째를 맞았다. 구조 당국이 대피 예상지점까지 시추에 성공했지만 고립된 작업자 2명에 대한 생존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다. 작업자 가족들은 시추 기기에 ‘사랑한다’ ‘조금만 견뎌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내려보내며 구조 소식만을 기다렸다.
산업통상자원부·경북소방본부 등은 고립된 작업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수직 깊이 140m의 제2 수직 갱도 아래에서 진행 중인 진입로 확보 작업이 총 271m 정도 진행됐다고 4일 밝혔다. 원래 구조 당국은 제2 수직 갱도 아래에서 1차 대피 예상 지역인 제1 수직 갱도 지하 170m 지점을 향해 두 구간으로 나누어 진입로를 확보했다. 하지만 1차 대피 예상 지역에서 작업자들이 발견되지 않자, 작업자들의 최초 작업 지점인 제1 수직 갱도 지하 190m 부근을 2차 대피 예상 지역으로 설정해 진입로를 확보 중이다.
구조 당국이 목표한 작업 구간은 총 295m로, 목표 지점까지 24m 정도가 남은 셈이다. 구조 당국은 목표 지점까지 진입로를 확보한 뒤 작업자들을 수색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당국은 작업자들의 위치와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시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이날 수직 깊이 190m의 제1 수직 갱도에 투입된 천공기는 총 11대로, 이중 4대가 목표 지점까지 철제관을 내려보냈다. 현재까지 고립된 작업자들의 생존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구조 당국은 천공기를 통해 가족들이 쓴 편지와 음식, 음료, 보온덮개 등을 내려보냈다. 고립된 조장 박모(62)씨의 아들은 편지에서 “아버지, 밖에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힘내시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라며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썼다. 보조 작업자 박모(56)씨의 조카는 “이모, 엄마, 삼촌들이 삼촌 구하기 위해 백방팔방으로 노력하고 있어요”라면서 “힘 잃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썼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 제1 수직 갱도 지하에서 모래와 흙 등 토사 900t이 아래로 쏟아지는 사고로 지하에서 채굴 작업 중이던 작업자 7명이 고립됐다. 이 중 5명은 구조되거나 탈출했지만, 조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가 고립됐다. 조장인 박씨는 27년간 광산업에 종사한 베테랑으로, 평소에도 광산 노동자 복지를 위해 활동했다고 한다. 보조 작업자 박씨는 광산업에 1년 정도 종사했고, 이 광산 현장에 취업한 지 4일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구조 당국에 “작업자 두 분이 꼭 생환하시길 기원한다”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말고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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