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기적…여자기사 사상 최초 세계대회 결승진출

2022. 11. 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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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여제' 최정(25) 9단이 세계바둑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88년 바둑 세계대회가 처음 생긴 이후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결승에 오른 선수가 됐다.

이로써 최정은 여자선수 중 역대 두번째로 세계대회 4강에 오른데 이어,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오른 여자기사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대회 결승 진출 기록을 세운 소감에 대해 묻자 "현실감이 약간 없는데, 최근 2주간 내가 미친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성적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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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준결승서 변상일에 불계승
"최근 2주간 내가 미친게 아닌가 싶다
관전만하던 결승전 두게 돼 영광스러워"
최정의 준결승전 대국모습./한국기원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바둑여제' 최정(25) 9단이 세계바둑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88년 바둑 세계대회가 처음 생긴 이후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결승에 오른 선수가 됐다.

최정은 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치러진 200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 첫날 경기에서 국내랭킹 2위인 강자 변상일 9단을 맞아 우변 대마를 몰아붙여 잡아내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끝에 169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생애 첫 결승진출을 노리던 변상일은 우변 백 대마의 활로가 끊기자 머리를 감싸쥐고, 또 눈물을 흘리는 등 괴로워했지만 끝내 살려낼 방법을 찾지 못했고, 몇 수 더 진행하다 돌을 거뒀다.

이로써 최정은 여자선수 중 역대 두번째로 세계대회 4강에 오른데 이어,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오른 여자기사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1988년 최초의 세계기전인 후지쓰배가 생겨난 이후 여자 선수가 결승에 오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최정은 16강전에서 일본랭킹 1위 이치리키 료를 꺾은데 이어, 8강전서 중국랭킹 5위이자 세계대회 우승자인 양딩신 9단마저 불계로 물리쳤다. 그리고 이날 박정환을 제치고 국내랭킹 2위로 올라선 변상일마저 꺾는 기염을 토했다.

최정(왼쪽)과 변상일의 준결승전 대국장 모습./한국기원 제공

최정은 5일 열리는 신진서 9단과 김명훈 9단의 준결승전 승자와 7일부터 9일까지 3번기로 결승전을 갖게 됐다.

최정은 대국 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제서야 손이 떨리고 잘 안믿기지만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대회 결승 진출 기록을 세운 소감에 대해 묻자 "현실감이 약간 없는데, 최근 2주간 내가 미친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성적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최정은 "우변에서 백돌을 갈라서 공격할 때부터 내가 잘 둘 수 있는 스타일로 판이 짜여졌다고 생각했고, 우변 흑을 완생시킨 뒤 중앙 백을 씌웠을 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상대인 변상일은 한번도 못 이겨본 상대였는데 대국장 오는 심정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어제는 너무 이기고 싶었는데 오늘은 마음이 편하니까 오히려 불안하더라. 아무리 우세해져도 치열하게 두자고 계속 되뇌였다"고 말했다. 떨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떨릴 때 허벅지를 꼬집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승전 상대로는 누가 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최정은 "두 선수 모두 나랑 둔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 같다. 김명훈 9단도 랭킹은 신진서 9단보다 낮지만 최근 내용이 훌륭해 누굴 만나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신진서 9단과 두면 삼성화재(주최사)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최정은 "결승 올라간 것 만도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결승에서도 지금까지 뒀던 것 처럼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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