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찾아오는 허무, 꼭 날려버릴 필요 없어요
사상사 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딱 잘라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고 직설한다.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생을 통틀어 허무하다고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를 돌이켜보면 그 근원을 깊이 파고들거나, 건너뛰거나, 무시하거나,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허무를 해소해야 하는 일시적 현상이지,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김 교수는 "허무는 인간 영혼의 피 냄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영혼이 있는 한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 수 없듯,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선언한다.
김 교수는 저서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허무와 함께 사는 법을 알려준다.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공부란 무엇인가' 등을 펴낸 김 교수가 인생의 허무에 대한 사유를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은 북송 시대 문장가 소식(소동파)이 유배 시절 양쯔강을 유람하면서 쓴 '적벽부'를 토대로 한다. 인생의 허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어 다양한 해답을 검토한 뒤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는 적벽부의 흐름을 따라 책 내용을 구성했다.
책 속에서 인생의 허무를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이나 그림은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스위스 바젤 도미니쿠스 수도원 공동묘지에 그려진 벽화 '죽음의 춤'에서 아이를 둘러싸고 춤추며 노래하는 해골들의 모습은 어린아이에게도 닥칠 수 있는 죽음을 통해 허무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시·소설 등 문학작품과 그림·영화 등 예술작품을 통해 앞서 인생의 허무를 고민한 선대들의 오래된 사유를 김 교수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로이 해석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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