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산소같은 여자'의 인공호흡, 세상이 환해졌다

박효실 2022. 11.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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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목에 뭔가 걸린듯 가슴 답답한 뉴스 투성이인 요즘 ‘산소같은’ 소식도 간간이 들려와 숨통을 트이게 하네요.

지난달 29일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참사 현장에서 구조와 심폐소생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무수한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 30명을 구했다는 주한미군 등 숨은 의인들의 묵묵한 활약이 그렇고요.

총 26명의 외국인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한국계 러시아인 고(故)박 율리아나 유족을 위해 선뜻 1000만원을 쾌척한 배우의 소식도 그랬습니다. 만리타향에서 금쪽같은 딸을 잃고도 운구할 비용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유족들은 이 배우의 도움으로 딸의 장례나마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안타까운 사연에 선뜻 비용을 내준 사람은 바로 MBC‘대장금(2005)’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가 사랑하는 한류스타로 떠오른 톱배우 이영애였습니다.

1990년 ‘산소같은 여자’라는 모 화장품 CF 카피와 함께 등장했던 이영애는 데뷔 30여년간 꾸준히 선행을 실천하며 정말 ‘산소같은’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그의 소식은 이럴 수가 있나 싶게 온통 기부 소식 뿐입니다. 올해 3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를 위해 1억원을 기부했고요. 지난해 7월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입양 후 학대사망한 정인이 사건에 직접 묘지를 찾아 추모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1월 소아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서울아산병원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죠. 같은 병원에 그녀가 기부한 금액만 총 5억원이 넘습니다.


곱고 하얀 얼굴에 타고난 기품, 우아함이 뚝뚝 흐르는 목소리까지 세월을 비껴가다 못해 역주행하는 미모 만큼이나 삶의 행보도 아름다운 그녀, 오늘은 이영애의 ★타임머신을 따라가보겠습니다.

참고로 천하의 이영애도 데뷔 무렵까지 거슬러 가면 ‘굴욕사진’ 1장쯤 나올 줄 알았는데, 이영애의 사전엔 ‘NG컷’ 조차 없더라는 사실. 그저 그녀의 미모에는 ‘이영애느님’이라는 찬사만 어울렸답니다.


스포츠서울DB에 보관된 가장 어린시절의 이영애(위)와 장장 24년전의 이영애입니다.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거죠? 이영애씨!!! 거 말 좀 해봐요!!!!

바로 위 사진은 지난 1998년 창간 13주년을 기념해 이영애의 10년 후배인 스포츠서울 대학생명예기자와 다정한 선후배 토크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한양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한 이영애는 학창 시절 잠시 스포츠서울 대학생명예기자로 활약했답니다. 활동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당시 엄청난 회의 출석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ㅎㅎ

이영애는 스무살이던 1990년 추억의 ‘투유’ 초콜릿 CF로 첫 등장했습니다. 당시는 집집마다 비디오가 보급되며 홍콩영화 속 배우들의 인기가 엄청났답니다.


광고 속에서 이영애는 미식축구 선수인 유덕화를 응원하러 와 품에 꼭 들고있던 초콜릿을 펼쳐보입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광고로 전국 남학생들에게 ‘심쿵’ 택배가 턱.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게 바로 ‘산소같은 여자’라는 카피로 지금도 회자되는 화장품 광고죠.

이영애가 자전거를 타며 등장해 그야 말로 산소같은 미소를 팡팡 발산하죠. (산소가 이렇게 위험함;;)

그럼 잠시 신인배우 시절 풋풋한 이영애 보고 올게요.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어째 당시 코디네이터가 살짝 안티같습니다만;;; 미모로 패션의 한계를 극복해버리는.

남다른 미모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그녀는 안방극장에 진출합니다.

데뷔 때부터 탄탄했던 연기력 뿐만 아니라, 작품 보는 눈도 남달랐는데요.

1995년 방송된 SBS‘아스팔트 사나이’ 등장인물. 출처 | 네이버

1995년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아스팔트 사나이’를 비롯해 MBC ‘내가 사는 이유(1997)’ ‘불꽃(2000)’ 등 쟁쟁한 작품들로 시청률 대박을 칩니다.

참고로 ‘아스팔트 사나이’는 이병헌, 정우성, 고(故) 최진실까지 그야말로 “캐스팅 실화냐?” 싶은 작품이었고, ‘내가 사는 이유’는 노희경 작가, ‘불꽃’은 김수현 작가 등 대작가들의 작품이었답니다.

보통 드라마는 잘되는데 영화만 가면 죽쑤는 배우가 있고, 영화는 잘 되는데 안방극장에서는 주목을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영애는 영화에서도 ‘대운’이 터진 케이스였습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영화스틸
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스틸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 2001년 ‘봄날은 간다’(허진호 감독)로 충무로에 등장과 동시에 레전드를 찍었습니다.

‘봄날은 간다’에서 쿨하기 짝이 없는 라디오PD 은수로 출연한 이영애는 음향감독 상우(유지태 분)에게 “라면먹고 갈래요?”라는 명대사를 날리죠. 요즘으로 치면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 집에서 같이 영화볼래?)”에 버금가는 작업 멘트랄까요?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연예계를 휩쓴 이영애는 2003년 드디어 그를 다른 레벨로 올려놓는 대작을 만났습니다.

‘한국은 좁다! 세계로 가자!’의 시작이 된. 그래요. 맞습니다! 바로 ‘대 장 금(大長今)’입니다.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 DB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 DB
배우 이영애가 지난 2005년 5월 홍콩에서 열린 팬행사에서 고운 한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홍콩 | 로이터연합뉴스

사극명장 이병훈 감독과 김영현 작가가 손을 잡은 ‘대장금’에서 이영애는 주인공 서장금으로 출연해, 수랏간 나인에서 내의원 의녀가 되어 조선조 유일의 임금 주치의가 된 여인의 일대기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극 속 여인라고는 왕을 두고 중전과 후궁, 대비가 펼치는 화려한 궁중암투만 만나온 시청자들에게 미천한 궁인 장금이의 성장기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죠.


사극명가 MBC의 유수한 히트작 중에서도 손꼽히는 레전드이자 많은 시청자들의 ‘최애’로 꼽히는 ‘대장금’은 평균 시청률 40%(닐슨 코리아 기준)를 넘나드는 국민적인 인기를 이어가다가 최종회에서는 장장 57.8%라는 전무후무한 시청률로 막을 내립니다. 짝짝짝!!!

‘오나라 오나라 아주 가나, 가나라 가나니 아주 가나’라는 가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 OST ‘오나라’는 지난 2019년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답니다.

‘대장금’의 인기는 국경도 너끈히 넘었습니다. 가까운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K사극 애호국 중 하나인 중동의 이란, 스리랑카, 유럽의 터키, 루마니아, 아프리카 짐바브웨까지 수출돼 현지에서도 상상초월의 시청률을 기록했답니다.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배우 이영애. 스포츠서울DB
배우 이영애. 제공 | 마리끌레르
배우 이영애. 제공 | 마리끌레르

‘대장금’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떠오른 이영애는 그후 한국의 홍보대사로 해외무대에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립니다.

2004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특별대표, 2008년 서울시 복지재단 홍보대사, 2013년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 홍보대사, DMZ평화대사,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대사, 2015년 한국장애인재단 문화예술 분야 자문위원장 등을 맡았습니다.

배우 이영애와 쌍둥이 자녀들. 출처 | JLOOK, 이영애오피셜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던 지난 2009년 사업가 정호영씨와 결혼한 이영애는 결혼 2년만에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하며 불혹에 엄마가 됐습니다.

엄마가 된 뒤 배우로서의 활동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한 생명을 낳고 기르며 그녀가 바라보는 세계는 더 확장되고 더 가까워진 것같습니다.

이영애는 저소득 가정과 한부모 가정, 아동폭력이나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돕는데 솔선수범하며, 생명을 구하고 이웃을 돕는데 그 어떤 스타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거든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자신을 가르치려드는 세상을 향해 “너나 잘 하세요”라며 일갈하던 그녀는 앞장 서 ‘나부터 잘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저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하는 그녀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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