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리모델링 노후 대비 투자로 '굿'
수익 짭짤한 꼬마빌딩 개조
어느샌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부의 대물림과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빌딩 투자를 통해 성공한 연예인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자금 경색과 거듭되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은 빌딩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임동권 DK빌딩연구소 대표는 "레버리지를 많이 쓴 건물주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빌딩들이 급매물로 나올 수 있다"며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빌딩을 잡아 건물 가치를 높여 임대료를 올리는 것도 가치 있는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 단독주택을 상가건물로 리모델링
문재인 정부에서는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일부 단독주택 보유자는 자신의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리모델링하는 길을 택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느니 주택을 상가로 바꾸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다가구주택도 이 같은 사례다. 1978년 지어진 이 집은 대지면적 165.3㎡, 연면적 272㎡, 지상 3층 규모의 전형적인 단독주택이다.
기존 소유주는 이 집이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과 도보 5분 거리라는 점에 주목했다. 역세권에 위치한 만큼 사무실이나 상가 용도로 리모델링하면 임대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었을 뿐만 아니라 철근콘크리트조가 아닌 철골조에 벽돌을 쌓아 올린 주택이어서 기존 소유주는 리모델링 및 증축에 따른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골기둥 26개 등을 설치해 구조 보강에 만전을 기했다. 기존 건축물대장에 지하 1층으로 돼 있던 공간을 1층으로 변경해 상가로 임대할 수 있도록 했고, 2층에는 상가에 적합한 접이식 창을 설치했다.
3층을 사무실로 꾸미고도 용적률에 여유가 생긴 덕분에 추가로 증축해 4층 규모 건물로 탈바꿈했다. 계단도 기존 위치에서 이동이 용이한 쪽으로 옮겨 설치했고, 기존에 없던 주차장도 건물 우측 빈 땅에 새롭게 만들었다. 2019년 진행된 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3억5000만원이다. 기존의 칙칙한 붉은색 벽돌집은 검은색과 흰색이 조합된 깔끔한 상가 건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임 대표는 "단독주택 소유주가 어엿한 꼬마빌딩 주인이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 같은 입지도 잘 꾸며야 '보배'
역세권에 위치했다고 해서 모든 빌딩이 '효자' 노릇을 하는 건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노후 빌딩은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꼬마빌딩주'를 꿈꾸는 이들이 선호할 만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이유는 건물 노후도에서 비롯된 공실률이다. 1991년 준공된 이 빌딩은 5층 건물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어 입주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매우 불편했다. 이로 인해 3층부터는 임대료가 턱없이 낮아졌고, 공실이 발생하면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존 소유주는 2010년 건물을 매물로 내놨고, 빌딩 입지에 주목한 한 투자자 A씨가 20억8000만원(중개비 포함)에 이 건물을 사들였다. 이후 A씨는 5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즉각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2012년 이 건물은 현대식 업무용 빌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A씨는 1층은 상가로, 다른 층은 사무실로 임대했다.
계단과 화장실을 통째로 들어내 각 층에서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리모델링했고, 천장에는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다. 외벽은 화강석으로 마감하고 창문을 단열 성능이 우수한 이중창으로 교체한 점도 건물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DK빌딩연구소에 따르면 이 건물은 현재 임대 시세로 추산할 경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300만원 수준의 임대 수입이 예상된다. 이를 서울 지역 꼬마빌딩 시장에서 통하는 임대수익률 2.5%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건물 가치는 64억원으로 추정된다.
건물 매입비 20억8000만원, 리모델링 비용 5억원을 합하면 이 건물에 투입된 비용은 25억8000만원이다. 약 10년이 경과한 지금 건물 가치를 64억원으로 본다면 148%의 이익을 본 셈이다. 임 대표는 "서울시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10년 사이에 2배가량 오른 걸 잘된 투자라고 본다"며 "물가 상승률도 고려해야겠지만, 이 건물은 1.5배가량 올랐고 임대 수입은 별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재건축 아닌 리모델링이 '효자'
일반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은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땅이다. 지상 8층에서 2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노후 빌딩은 1976년 준공됐다. 일반상업지역에 들어선 이 건물은 대지면적이 97.2㎡(약 29.4평), 층당 면적이 86.84㎡(약 26.2평) 규모인 빌딩이다.
일반상업지역이 좋은 땅인 것은 틀림없지만 대지면적이 198.3㎡(약 60평) 미만이면 주어진 용적률만큼 건물을 짓기 힘들다. 고밀도 개발에 부합하는 법정 주차대수를 맞출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대지면적이 30평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층당 26.2평 규모로 지어지면서 사실상 대지면적의 모든 면적에 건물이 들어섰고, 이 때문에 주차장이 없었다.
여기서 리모델링의 장점이 드러난다. 리모델링은 과거 건축 시점에 주차장 없이 건물을 지었든, 건폐율을 초과해서 지었든 현 상태를 인정해 리모델링을 허용한다. 이 건물의 경우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택하면 건폐율 59.9%가 적용돼 층당 면적이 더욱 좁아지고 건축비는 더욱 올라간다. 기껏 재건축에 성공해도 건물 내부가 좁아지는 탓에 임대 수익을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리모델링이 '정답'인 셈이다.
건물주는 2013년 4억6000만원을 투자해 '귀곡산장'과도 같았던 기존 건물을 현대식 고시원으로 리모델링했다. 서울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 여건이 좋기 때문에 고시원으로서 최적의 입지라는 점에 착안했다.
만약 재건축을 택했다면 건축비만 15억원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적은 비용을 들여 각종 경비를 제하고도 월 1000만원의 수익이 예상돼 건물주는 탄탄한 노후 대비에 성공한 셈이다. 임 대표는 "입지에 최적화된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따른 각종 제한에서 자유롭고 비용과 공사기간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주택 시장은 부동산 시장 흐름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빌딩은 토지를 기본적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행을 덜 타더라도 안정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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