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상환 유예됐는데 채무조정 받겠나…'스텝' 꼬인 정책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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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기금 신청 홈페이지 (자료=새출발기금.kr)]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이 접수를 받기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신청 흐름에 국회까지 정책 실효성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7%의 높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3%대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또 다른 정책금융 '우대형 안심전환대출'도 저조한 공급 실적에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져 다음 주 '재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지원책의 흥행성적이 잇따라 예측을 벗어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와 고금리 기조 대응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부실 우려 등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까지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을 신청한 자주는 모두 7880명, 채무조정액은 1조 232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새출발기금은 지난달 4일 현장 접수를 받기 시작하며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후 접수 사흘째인 지난달 6일 기준으로 6360명이 1조 184억 원의 채무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앞서 9월 27일부터 나흘간의 온라인 사전 신청까지 고려하면, 접수 7일 만에 1조 원을 돌파해 흥행 성공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1주일 뒤에는 2140억 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입니다.
3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한 부실 차주는 대출 원금을 최대 80%까지 탕감해주고, 연체 기간이 3개월 미만인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선 연체 기간에 따라 금리 조정과 최대 10년간 장기 분할 상환 등을 지원합니다.
3년 뒤인 2025년까지 30조 원 규모의 채무조정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캠코는 "출시 전부터 제도가 알려지고, 기대했던 분들에 의해 초반에 신청이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채무조정을 받으려는 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오픈런' 때에 새출발기금 문을 두드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말까지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9월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관련 부처·금융사 관계자 등과 만기연장·상환유예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처럼 새출발기금의 저조한 실적은 금융당국의 5번째 코로나 대출 만기·상환유예 연장 조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무래도 정부에서 시행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이런 부분이 동시에 시행됐기 때문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새출발기금은 당초 9월 말 대출 연장 조치 종료 시점에 맞춰 준비돼 왔던 금융지원책이였습니다.
하지만 시한이 다가올수록 정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당국은 이자 상환유예는 1년 더, 대출 만기는 최대 3년 더 연장하기로 정책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물가·환율 '3고(高)' 등 경제·금융 여건 악화로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상환 여력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금융권 부실 전이 등 시스템 리스크 발생 우려도 제기돼 연착륙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 등 금융사와 자율 협약을 통해 대출자에게 개인별 여건에 따라 연장 조치를 받을지 아니면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을 받을지 선택지를 줬습니다.
새출발기금을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와 함께 '투 트랙' 전략으로 제시하며, 가계부채와 고금리 대출 부실 연착륙을 꾀한 겁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새출발기금 공급 실적을 봤을 때, 이런 구상은 빗나간 모습입니다.
국회 정무위는 "새출발기금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년도 금융위 예산안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정무위는 지난 1일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우선 정무위는 금융당국의 '투 트랙' 전략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정무위는 "금융위는 새출발기금과 만기 연장, 두 프로그램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새출발기금 이용 시 2년 간 새로운 신용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이 있다는 점에서 차주들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최근까지 저조한 공급 실적에 대해선 "실적을 볼 때 올해 말까지 대출채권 6조원 매입이라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부실 연착륙 실패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금융위는 올 9월 기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보유한 금융권 채무액은 660조 원 규모이고, 이 중 잠재돼 있는 부실 규모는 37조~72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정무위는 "잠재적인 부실채권 규모가 계속 해소되지 못할 경우 차후 급격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게 된다"며 "효과적인 부실 규모 파악과 채무조정을 통해 차주와 금융권이 큰 충격 없이 연착륙하게 한다는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이 출범한지 아직 한달 밖에 안 된 초반이라 여러가지 대안을 고민하는 차주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워낙 경기가 안 좋고 금리도 인상되는 시기라 앞으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홍보를 좀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효성 논란은 또 다른 정책금융 '안심전환대출'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8%를 바라보는 상황 속에 변동금리 주담대를 최저 3%대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이 상품은 올해 25조 원 공급을 목표로 출시됐습니다.
하지만 접수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지만, 목표액의 15.95%에 불과한 3조 9897억 원 신청에 그쳤습니다.
이같이 저조한 결과는 까다로운 자격조건으로 불붙은 실효성 논란 속에 예견돼 왔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은 1억 원 이하로 대폭 완화해 2차 접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대출한도도 3억 5000만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주택가격 기준을 처음부터 높게 설정하면 국민들에게 주택가격이 높다는 걸 공표하는 꼴이 되고, 서민 정책금융으로서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갈수록 이자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시장 분위기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 대출 연착륙과 금융부담 완화라는 금융지원책들의 '스텝'이 일단 꼬인 모습입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외면받는다면 '희망고문'이란 비판도 피할 수 없습니다.
시장 눈높이에 맞는 보완책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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