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구형 스커드까지 도발에 동원…신형 미사일 재고 바닥났나
'실전 운용부대까지 투입' 의미일 수도…관측 무성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에 '구닥다리' 소리를 듣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까지 동원한 배경을 두고 군이 정밀 분석 중이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올해 숱하게 발사하면서 재고가 바닥을 쳤거나 어차피 시위성이니 신형보다는 구형 미사일을 '소모'한 것일 수 있다는 등 여러 관측이 4일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3일 오후 9시 35분께부터 9시 49분께까지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은 비행거리 약 490㎞, 고도 약 130㎞, 속도 약 마하 6(음속 6배)으로 탐지됐다.
이들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계열 등 기존 구형 미사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76년 이집트에서 스커드-B를 도입해 역설계에 나서면서 탄도미사일 자체 개발에 나섰고 스커드 계열 미사일 600∼800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성-5형으로 불리는 스커드-B 미사일은 사거리 300㎞ 수준이며 화성-6형인 스커드-C 미사일은 사거리 500㎞로 모두 남측을 겨냥하며 1989년께 실전 배치됐다.
3일 발사한 미사일이 약 490㎞를 날아갔고 고도가 130㎞까지 올라갔던 점을 고려하면 스커드-C 미사일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19년께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이른바 '신형 SRBM 3종 세트' 시험 발사에 나섰다.
올해 발사된 이들 3종 미사일의 제원을 분석하면 최고 고도가 20∼90㎞ 수준으로 100㎞ 이하에서 형성돼 3일 밤 탐지된 고도 130㎞보다 확연히 낮다. 고도가 낮을수록 요격이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하면 신형과 구형의 차이가 큰 셈이다.
더욱이 신형 미사일들은 고체 연료를 사용해 연료 주입에 시간이 소요되는 구형 액체 연료 사용 미사일보다 신속한 발사 준비가 가능하다.
북한이 이런 장점을 가진 신형 미사일들을 두고 수십 년 묵힌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북한군 서열 1위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기간 연장에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한 지 1시간 뒤 쏜 미사일이 구형이라는 점에서 '기만'에 가깝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북한이 올해 쉬지 않고 신형 SRBM들을 쏘아댄 결과 보유량이 부족해졌을 수 있다.
북한은 지대지로 분류할 수 있는 SRBM을 지난해 4∼5발 쏜 것으로 파악되는데 올해는 빈도를 급격히 올려 40발 이상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전날엔 창고에서 꺼낸 스커드 미사일을 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SRBM 수량도 대략 올해 발사한 정도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무력시위의 성격이니 신형 미사일은 아끼고 구형을 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이 또한 신형 미사일 재고가 충분하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재고 부족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는 신형 SRBM 3종이 여전히 실전 배치에는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외국의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북한 신형 SRBM들의 성공률을 100%에 가깝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는 발사 자체만 놓고 따진 것으로 이후 비행이나 탄착 등 정보 확보가 제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밀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개발 역량의 밑천을 드러낼 수 있는 신형보다는 도발 카드로 40년 이상 실전 배치해온, 즉 그나마 검증됐다고 볼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을 도발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전 부대가 움직인 것인 만큼 도발 징후는 더 심각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이번 발사에 대해 "북한 고체연료 계열 신형 단거리 미사일의 생산 역량과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며 "신형 미사일이 여전히 부족하며, 현재까지 실전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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