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폭스바겐 "아직은"…자율주행車 어디까지 왔나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운전자의 조작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업체들 대부분이 완전 자동화 단계인 레벨 5를 향해 기술개발에 매진해왔지만 최근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는 양상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완전한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현대차, G90에 3단계 탑재 예정...테슬라 자율주행차의 대명사
현대차는 올해 말 제네시스 G90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자율주행 3단계를 탑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우선 올해 3단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나서고 이후 4, 5단계 자율주행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자동화 수준에 따라 6단계(레벨 0~레벨5)로 분류하고 있다. 레벨 0은 비자동화, 레벨 1은 운전자 보조,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레벨 4는 고도 자동화, 레벨 5는 완전 자동화 단계다.
현대차가 올해 말 상용화에 나서는 3단계는 운전자가 비상시에만 운전대를 잡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현대차는 2020년 3월 20억 달러(한화 2조83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함께 합작사 모셔널을 만들었다.
모셔널은 우버와 협력해 올해 말부터 10년간 미국 전역에 4단계 자율주행의 아이오닉 5 택시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전기차 1위인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완전자율주행을 표방하고 있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오토 파일럿'은 실제로는 3단계 이하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차량이 운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만 운전자가 언제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미국 교통당국의 규제만 아니면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올해 안에 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관련 사고가 최근 12건 이상 미국에서 발생하면서 미국 법무부가 비공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올해 1월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켜고 도로를 달리다가 사망사고를 낸 미국 운전자가 살인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안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라며 "다만 다른 업체들은 조금 더 신중을 가하고 조심스럽게 적응하는 반면 테슬라는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잘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 무인택시를 운영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 중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 6월 크루즈의 무인택시가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또 오류로 자정에 가까운 시간 한 사거리에 무인택시들이 전부 모여 교통체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GM은 사고 발생 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고 무인택시 운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포드, 자율주행 투자로 3조 손실...아르고AI 중단
포드와 폭스바겐의 투자를 받던 자율주행 업체 아르고AI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포드는 올해 3분기 실적에 아르고AI가 개발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투자 손실 27억 달러(3조8200억원)를 반영했다. 다만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자율주행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테슬라와 GM의 사례에서 보듯 안전성 담보와 기술 발전 측면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포드와 폭스바겐의 경우처럼 자율주행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나타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 "자율주행 5단계는 2035년 이후에나..."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투입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개발비, 테스트 비용, 인프라 구축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소비자들의 눈에 보이는 게 아닌 만큼 관련 비용을 차 값에 추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미국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성공한다고 해도 바로 한국,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각 나라별 교통습관, 변수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을 바라기보다는 우선은 운전자의 보조 기능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언젠가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이 완성은 되겠지만 5~10년 이내엔 힘들 것"이라며 "운전자의 운전을 보조해 피로도를 줄여주는 3단계 정도의 기술을 무르익게 하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벨 3까지는 갔는데 4부터는 힘들다"며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지만 소비자 수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레벨 5에 도달하려면 2035년 이후에나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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