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 '트라우마' 극복하려면 "서서히 대화로 풀어내야"

박정연 기자 2022. 11. 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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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태원 참사로 많은 국민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환자 증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고 공포감을 느끼면서 정신적으로 외상을 입는 것을 의미한다. 일명 ‘트라우마’라고도 불린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이다. 주변인의 사망과 같은 간접적인 경험을 포함하면 80%가 넘는다.

● 기억 반복되고 예민한 상태 유지되면 ‘트라우마’ 진단

4일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사건을 경험한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 예민한 상태 유지 ,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의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트라우마가 생기면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다’ 혹은 ‘우리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등의 생각과 함께 인지와 감정에 부정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성격이 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겪을 때 우리의 뇌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인다. 이에 따라 피곤함,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저림 등 여러 신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불안, 걱정, 원망, 화남, 슬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큰 사고 등을 겪었을 때 충격, 공포, 놀람, 무기력, 혼돈 등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 감정들은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돕는다. 불면이나 우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일시적으로 수면제 혹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해당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증상 심각하면 전문가 도움받아 약물치료·인지행동치료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은 치료가 필요하다. 수 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에 필요한 시간은 길지 않다. 50% 이상은 3개월 이내 회복되며 3개월 이상 지속된다 해도 80~90%는 1~2년 이내에 회복할 수 있다.

트라우마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정신치료법으로는 트라우마에 초점을 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고 트라우마 사건을 다시 바라보며 건강하게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다.

주변인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트라우마가 발생한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피하지 않는 것, 다 아는 것처럼 대하지 않는 것 등이 중요하다. 특히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웃거나 행복하게 살 가치가 없다며 스스로 과도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들이 주저 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트라우마가 발생한 사람은 대화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말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면 감정적인 해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트라우마 직후 긴장 상태에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꾸 그 상황이 떠올라 얘기하고 싶지 않다거나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강박적으로 ‘빨리 남에게 얘기해야겠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최수희 교수는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트라우마를 다른 많은 기억 중 하나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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