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존이 늘 해준 말"…73살 노장의 뚝심, 벌랜더와 친구를 믿었다

김민경 기자 2022. 11. 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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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존(79)이 늘 해준 말이 있다."

베이커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벌랜더는 몇 차례 위기에 놓였는데, 존이 늘 내게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좋은 투수는 2차례, 훌륭한 투수는 3차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저 그런 투수는 아마 한 번 정도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경기 도중에 존이 내게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끔은 과거에 함께 플레이를 했거나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을 소환해서 현재의 문제를 다루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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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토미 존(79)이 늘 해준 말이 있다."

'백전노장'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73)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순간 오랜 벗인 존의 조언을 떠올렸다. 존은 '토미존 수술'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1974년 LA 다저스에서 뛰던 존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하면서 그의 이름이 수술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베이커 감독은 4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투수 저스틴 벌랜더(39)에게 5이닝을 맡겼다. 불펜에 여러 차례 구원 투수들을 대기시키고도 꾹 참은 결과였다. 벌랜더는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버텨 생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승리투수가 됐다. 휴스턴은 3-2로 신승해 시리즈 3승2패로 역전했다.

베이커 감독의 뚝심은 벌랜더와 존을 향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베이커 감독은 벌랜더가 흔들릴 때마다 존의 조언을 기억하며 스스로 고비를 넘길 때까지 기다렸다.

베이커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벌랜더는 몇 차례 위기에 놓였는데, 존이 늘 내게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좋은 투수는 2차례, 훌륭한 투수는 3차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저 그런 투수는 아마 한 번 정도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경기 도중에 존이 내게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끔은 과거에 함께 플레이를 했거나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을 소환해서 현재의 문제를 다루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말 힘들었다. 벌랜더는 일찍이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고, 그의 투구 수는 계속 올라갔다. 하지만 우리가 벌랜더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우리는 그에게 리드도 안겨주고 있었다"고 덧붙이며 쉽게 교체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벌랜더가 만든 위기는 스스로 책임지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2-1로 앞선 5회말 2사 후 상대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가 그랬다. 베이커 감독은 투수를 바꾸지 않고 벌랜더에게 아웃카운트 1개를 더 맡겼고, 벌랜더는 닉 카스테야노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임무를 마쳤다.

베이커 감독은 "벌랜더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투수 가운데 한 명이고, 또 나는 그가 풀어가야 할 경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벌랜더는 우리의 에이스다. 에이스를 쉽게 교체하기는 어렵다. 그가 우리의 에이스인 게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상황에) 누구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우리는 훌륭한 불펜 투수들을 데리고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벌랜더보다 위기를 더 잘 막을 수 있는 투수로 누구를 올릴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에이스는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둬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벌랜더는 이날 거둔 첫 승과 관련해 "선발투수에게 그런 일(1회말 선두타자 카일 슈와버의 솔로포)이 일어나는 건 정말 최악이다. 하지만 수백 번의 선발 등판과 수천 개의 공을 던진 경험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괜찮다고 되뇌어야 한다. 쉽지 않았지만, 그저 이기고 싶었다. 단순히 개인의 승리가 아닌 팀 승리를 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3-2로 쫓긴 8회말 1사 1, 3루 위기에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마무리투수 라이언 프레슬리를 향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벌랜더는 "프레슬리가 오늘(4일) 해낸 일은 정말 놀라웠다. 우리는 성공할 수 있는 레시피가 정말 많다. 누구도 영웅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 경기가 흘러가는 대로 우리의 야구를 하면 좋은 기회(우승)가 오리라 믿는다"며 휴스턴과 자신의 2번째 우승 반지를 기대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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