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리얼 메타버스④]'XR'로 응급처치 배우고 비행 훈련한다
기사내용 요약
화재·화학사고·테러 등 XR 활용한 교육·훈련 확장 주목
XR 활용, 위험도·정밀도 높은 분야일수록 비용절감 효과↑
'XR기반 중증외상처치훈련' 국군간호사관학교서 실증
경찰청 대테러 부대 숙련도 향상에도 기여 전망
공군 팀 단위 비행 훈련 가능…임무수행력↑, 사고 예방
인명사고 많은 제조업 등 산업현장에도 적용
"교육훈련 분야 중심으로 XR 안전성 등 기술 검증하고 현장 적용해야"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1. 최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기존에는 CPR 훈련을 할 때 마네킹과 동영상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XR(확장현실) 기반 실감형 콘텐츠로 보다 몰입감 있는 훈련이 가능해졌다. 훈련생은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심정지 환자의 가슴 압박 위치와 압박 깊이, 분당 횟수 등을 확인하며 응급처치법을 배울 수 있다. 훈련을 진행한 후 자동으로 제공되는 평가결과를 통해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2. 지난달 경찰청이 주최한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는 2016년 발생한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이 XR 콘텐츠로 재연됐다. 사실적인 3D 사운드와 시네마틱 연출을 통해 당시 현장과 사건의 심각성을 경찰들에게 재각인했다. 경찰의 치안 및 복합테러 현장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전통적인 교육훈련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3. 지난 8월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는 XR 콘텐츠로 구현한 가상 화재 현장에 소방관들이 출동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실제 화재 현장에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백 드래프트(산소가 부족한 공간에 갑자기 다량의 산소가 공급될 때 연소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현상)' 및 '플래시 오버(일정 공간에 축적된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발화점을 넘어서며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는 현상)' 등 치명적인 특수 상황을 XR로 구현해내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XR 기술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도 실제 주변 상황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특히 고가의 교육장비나 숙련시까지 장기간의 교육이 요구되는 치안·소방·국방·의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훈련자의 안전은 물론, 훈련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표한 '가상·증강현실(XR)을 활용한 교육·훈련분야 용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위험도나 정밀도가 높을수록 비용절감 효과가 크며 ▲소방관 훈련 ▲화학사고 대응 ▲경찰 테러 훈련 등 현실 체험이 불가하거나 상당한 준비 기간이 소요되는 훈련에서 XR 교육·훈련의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부터 공공서비스·산업·과학기술 분야에 실감 콘텐츠를 접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신시장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청 대테러 훈련, 공군 팀 단위 비행 훈련 등 XR기술 적용 확장
이 가운데 DKI테크놀로지가 주관하는 'XR기반 중증외상처치훈련 시스템'은 국방부와 협력해 국군간호사관학교 응급치료센터에서 실증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료진이 중증외상 환자 처치 경험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과제 결과물을 통해 복합골절, 관통상 등 중증외상처치훈련이 가능해져 응급처치 숙련도가 향상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로커스가 주관하는 'XR기반 복합테러 대응 교육·훈련 시스템'은 경찰청 대테러 부대 숙련도 향상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올해 1월 경찰인재개발원 내 훈련콘텐츠 및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훈련생들이 테러진압 등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했으나, 이번 과제 결과물을 통해 주거단지·상업단지 등 현장 대응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디투이노베이션이 주관하는 'XR기반 공군 통합 교육·훈련 시스템'은 공군본부(공군교육사령부)에 실제 상황을 모사한 훈련 환경을 제공해 팀 단위 협업 훈련과 비행단간 연동 훈련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개인중심의 단일 훈련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교관 역량에 따른 교육수준에 편차가 있었다. 앞으로는 XR기반 훈련을 통해 전투요원 및 무기체계 운용자의 임무수행능력 상승과 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화학물질안전원은 2019년 하반기부터 '화학사고 전문과정'에 XR 훈련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고 지난해 개청한 신청사에 XR 화학체험시설 구축해 운영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화재 현장과 동일한 가상현실에서 실제 소방도구를 활용해 소방훈련을 할 수 있는 실감형 시뮬레이터 개발해 현장 실증에 나서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국내 산업계 안전사고 예방 해법으로 XR 주목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기업 안전관리 실태 및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 제정 후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답변자 중 69.0%가 '매우 높아졌다'고 답했다. 안전 관련 예산도 70.6%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고위험군과 기계·장치·기술 등에서 활용되는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XR기술 교육·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CNC, 지게차는 매년 많은 사고로 인한 부상 및 사고가 많아, 제조업 사망사고 10대 작업으로 분류되는 등 XR 교육훈련 적용 가능성이 높다.
NIPA가 발간한 XR을 활용한 교육·훈련분야 용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게차를 활용하는 물류창고·항만·조선업·건축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국내 지게차는 약 24만대가 운용 중으로 추산되며, 연 평균 34명이 사망하고, 1144명이 다치는 등 사건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기계·설비 1위 장비다.
지게차는 15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로, 실습 훈련 비용은 약 35만원(16시간/2일) 소요된다. 실습장비 구축·유지비용 절감과 안전사고 발생 감소를 위해 지난 2019년 9월 '직업능력 개발훈련 직중별 훈련기준' 고시 개정으로 건설기계 면허취득 실습훈련 장비에 VR 시뮬레이터를 포함하기도 했다.
CNC 장비는 대당 2000~3000만원, 고급 장비는 대당 1~5억원정도로 고가다. 초심자의 조작실수로 인한 손실과 작업자 안전문제에 대한 VR 교육·훈련 수요가 존재한다. 실제로 한 CNC 업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소통 및 장비조작 실수로 인해 약 1억 원(장비 5억원)의 수리비용이 발생한 바 있다.
"교육훈련 분야 중심으로 안전성 등 기술 검증하고 현장 적용해야"
특히 기술 변화에 따른 첨단기술 장비의 교체수명이 짧은 경우, 지속적인 재원 투입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대체하기 위한 XR 교육훈련은 수요가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VR·AR 기기의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XR 기술의 현장 적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진입장벽이 낮고, 대체가능성이 높은 교육훈련 분야를 중심으로 XR 기술을 우선 적용해 안전성 등 기술을 검증하고 현장적용으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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