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남자골프·테니스… 비주류 스포츠 후원하는 금융사
주요 금융사가 시민구단·남자골프·테니스 등 비주류 스포츠에 대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류가 아닌 스포츠 종목에 투자해 성과를 거둘 경우 투자 대비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이 최근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는 ESG 경영과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금융사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 29일 개최된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김천상무를 상대로 4대0의 승리를 거두며 K리그1로 승격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하나금융그룹이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2020년 1월 창단됐다.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첫 사례다.
하나금융그룹은 2019년 당시 K리그2 9위에 머물며 성적이 좋지 않은 대전시티즌을 인수했다. 대전시티즌은 한해 70억원의 세금 지원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해 재정만 축낸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나금융그룹 인수 이후 풍부한 재정지원을 등에 업은 대전하나시티즌은 곧바로 K리그2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승세를 보였고, 인수 3년만에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2015년 K리그 클래식 최하위로 강등된 이후 8년 만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K리그1 구단을 인수할 수도 있지만 2부였던 대전시티즌을 인수한 이유는 그만큼 성장 저변이 넓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함께 대전 지역사회 발전 측면에도 기여해 ESG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여자 골프보다 인기가 적은 남자골프 육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프로골프시장에서는 대중의 관심이 큰 여자 골프가 주류다. 한국프로골프(K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KLPGA 정규 투어는 34개 대회로 총상금 규모는 322억원이다. 반면 KPGA 총상금은 KLPGA의 60% 수준인 192억원에 그친다. 대회 수 역시 22개로 KLPGA에 훨씬 못 미친다.
신한금융은 한국이 골프 불모지였던 1989년부터 KPGA 코리안투어 동해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 올해까지 33년째 열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은 일본프로골프(JGTO), 아시안투어와 공동으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대회 중 하나다.
신한금융은 남자 골프선수를 후원하는 큰손이기도 하다. 2007년 당시 유망주이던 김경태와 강성훈을 발탁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골프 마케팅을 시작했다. 신한금융은 김경태를 15년간 후원하며 골프 후원 최장 기록을 세웠다. 남자 골프선수 유망주를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이 올 초 계약한 김성현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드권을 땄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프로골프시장이 여성 중심으로 후원이 이루어지는데 신한금융지주는 남자골프 시장 확대를 위해 동해오픈을 후원하고 유망주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 테니스팀 육성을 위해 ‘IBK그랜드슬램 주니어 육성팀’을 출범했다. 지난해 9월 한국중고테니스연맹과 주니어 육성팀을 결성하고 3년간 10억원을 후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IBK기업은행은 주니어 테니스팀의 대회 출전 비용과 해외 테니스 아카데미 훈련비 등을 지원한다.
국내 프로테니스 시장은 비주류로 분류된다. WTA 인터내셔널 대회인 한솔코리아오픈과 슈퍼매치 등 글로벌 테니스 대회는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가 없다는 것이 테니스 관람 문화 형성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비록 국내에서 프로테니스 시장이 작지만, 주니어팀 육성을 통해 후배 양성에 힘써 한국 테니스 발전에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비주류 스포츠 투자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민구단·남자골프·테니스 등 종목은 여타 종목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향후 결과에 따라 몇 배 더 많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며 “최근 ESG가 대두되는 만큼 사회공헌활동과도 연계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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