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 플랫폼?’ 밀리의서재, 냉랭한 평가 딛고 공모 성공할까
벤처캐피털 구주매출 부담 요소
일각에선 몸값 비싸다는 지적도 나와
벤처캐피털 구주매출 부담 요소
일각에선 몸값 비싸다는 지적도 나와
전자책 구독 업체 서비스 ‘밀리의서재’가 다음주 월요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 자금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원스토어, 쏘카 등 플랫폼 정체성을 내세웠던 기업들이 공모 참패를 연이어 겪은 점은 부담 요인이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벤처캐피털의 구주매출 비율이 높아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금일부터 오는 7일까지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총 200만주를 모집하며 신주 물량은 약 81%, 구주매출은 약 19% 정도다. 희망 공모가는 2만1500~2만5000원으로 최대 5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게 된다. 목표 시가총액은 1860억~2163억원 사이다.
2017년 설립된 밀리의서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회원수는 550만명이며 구독자수는 91만명이었다. 시장 선점 효과에 힘입어 전자책 구독 부문에서 1위 점유율을 줄곧 유지해왔다. 서영택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폭넓은 콘텐츠을 제공하고 사업을 확장해 도서 기반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수요예측 참여를 검토 중인 기관 사이에선 신중한 기류가 역력하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플랫폼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연일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는 지난 8월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2만8000원으로 상장했다. 코스닥 입성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주당 1만6200원선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1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을 노렸던 걸 고려하면, 시장의 평가가 그만큼 냉혹하다고 볼 수 있다.
금리 인상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기관들은 플랫폼 산업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 5월 애플리케이션 마켓 ‘원스토어’ 역시 플랫폼 경쟁력을 강조했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공모를 철회했었다. 도서에 기반한 플랫폼을 내세운 밀리의서재 역시 호의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벤처캐피털들의 구주 매출이 많은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기존 투자자 중에서 HB인베스트먼트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나이스투자파트너스는 보유 주식의 일부를 상장과 함께 처분한다. 공모가 상단 기준 95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당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게 아니어서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한 분위기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현재처럼 공모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굳이 구주매출을 강행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밀리의서재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밀리의서재는 키다리스튜디오, 디앤씨미디어, 미스터블루의 반기 순이익을 참고해 몸값을 책정했다. 전자책 플랫폼 회사들이 상장한 이력이 없으니 웹툰 기업들의 실적을 참고한 것이다. 하지만 기관들은 웹툰 시장의 확장성을 전자책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활자에 기반한 콘텐츠가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 매니저는 “금년도 흑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사실상 판매촉진비(마케팅비)를 줄여서 만든 것이라 피상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다른 기관들도 참여에 신중을 거듭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밀리의서재는 기관투자자 로드쇼를 진행하며 ‘리디북스’에 비해 몸값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관들 사이에선 현재 시장 상황에서 리디북스의 최근 구주 거래가격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게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에, 공모물량을 줄이고 구주매출까지 포기하는 기업들만 간신히 공모를 흥행시키고 있어서다. 올초 리디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산업은행 등을 주주로 유치하며 1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최근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리디의 구주는 8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수혜를 입어왔던 스타트업들이 ‘몸값 현실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 25%에 달하는 강소기업들도 공모가를 하단으로 책정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라며 “플랫폼 회사들은 몸값 눈높이를 크게 낮추지 않는 한 공모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5조 투입 재난통신망, 이태원참사때 활용 못해 - 매일경제
- 그들의 말과 태도에선 ‘공감’을 찾을 수 없었다[핫이슈] - 매일경제
- 폭우 속 할머니 우산 씌워준 청년…수소문 끝에 찾았다 - 매일경제
- 학원차에 옷끼인채 10m 끌려간 8세 여아…운전기사는 조치 없이 줄행랑 - 매일경제
- “쌍둥이 엄마 이영애입니다”…러 희생자父에 보낸 편지 - 매일경제
- 임영웅, 84주 연속 아이돌차트 평점랭킹 1위
- [단독] 둔촌주공 드디어 나온다…12월 분양 추진 - 매일경제
- 민주당 “대선 후원금 명단에 유동규 없다” - 매일경제
- 아쉬운 하퍼 “경기 내내 기회가 있었다” [현장인터뷰] - MK스포츠
- 신성현 연속 홈런? 그게 무슨 의미 있나, 원래 그런 선수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