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출입구간 거리 '최대 61미터' 불과…13만 인파에 '밀집' 불가피

김동규 기자 김성식 기자 2022. 11.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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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지역에 출입구 몰려 있는 특성 간과…인파관리 필수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동규 김성식 기자 = 이태원역 출입구간 거리가 가까워 구조적으로 '밀집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장소에 출입구가 몰려 있다 보니 인파가 조금만 몰려도 밀집도가 높아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용산구와 경찰이 인파 관리를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고 이틀 전 경찰이 작성한 이태원 종합치안대책에는 이같은 이태원역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 지하철역 혼잡시 진행되는 '무정차 통과'도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가장 먼 출입구끼리 거리 고작 61m…홍대입구역은 393m

4일 뉴스1이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인근 지하철역 출구를 카카오맵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 이태원역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멀리 떨어진 1번 출구와 2번 출구의 거리는 고작 61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간 거리가 짧다는 것은 한 번에 수많은 인파가 나오거나 들어갈 때 주변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점과 클럽이 몰려있는 세계음식문화거리로 가기 위해서는 1번 혹은 2번 출구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가깝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태원역을 이용한 총 승객 수가 13만명임을 감안하면 두 출입구로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인근 인도와 골목의 혼잡도가 극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처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입구역의 경우 직선거리로 가장 먼 1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는 393m로 이태원역보다 6배 이상 길었다.

강남역은 가장 먼 5번출구와 10번출구 사이 거리가 474m였고, 건대입구역 5번과 6번출구 사이의 거리는 202m, 사당역 3번출구와 11번출구 사이 거리는 399m였다.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역의 2번과 5번 출구 사이의 거리도 299m였다. 그중 가장 거리가 짧았던 건대입구역 5번~6번 출구 사이도 이태원역보다 3배 이상 길다.

이태원역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여)는 "사고 전에도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인파로 인해 출구로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며 "일단 주말에는 무조건 경찰이나 다른 통제요원들이 배치돼 인파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었다"고 지적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사고 당일 13만명…고작 4개 출입구로 이동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이용한 총 승객 수는 13만여명이다. 산술적으로 4개 출입구로 3만2500명 이상이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핼러윈 파티가 본격화된 저녁 6시 이후에는 더 많은 인원이 집중적으로 몰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음식문화거리 쪽으로 가기 위해 가장 빠른 지름길이 위치한 1번 출구 쪽으로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9월 기준 토요일 이태원역의 평균 이용객 수는 4만335명이었다. 9월3일 4만157명, 9월17일 3만9516명, 9월24일 4만1333명이었다. 9월10일 토요일은 추석 연휴 기간이어서 분석에서 제외했다.

지난 9월 토요일 평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평균 4만여명이었다. 사고 당일은 몰린 인원은 이보다 3배나 더 많았다.

같은 기간 홍대입구역의 평균 이용객 수는 19만3124명이었다. 역을 이용한 사람은 2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을 합쳐서 9월3일 19만7666명, 9월17일 18만2287명, 9월24일 19만9418명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홍대입구역에도 핼러윈 파티가 열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입구역에는 총 9개의 출구가 있어 한쪽 출구에 병목현상이 발생해도 여러 출구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태원역보다는 역사 인근 혼잡으로 인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전문가들은 비좁은 출구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던 만큼 이태원역 주변 통제에 책임 있는 주체가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철역에서 출입구간 간격이 좁으면 좁을수록 인근에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고 분산이 힘들어진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시간대에 어느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지 알 수 있는 만큼, 대규모 인원이 예상되는 행사 등에서 경찰이나 통제요원을 배치해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시민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쯤 이미 이태원역의 모든 출구는 수많은 인파로 인해 들어가거나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무정차 통과 등의 조치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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