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기괴한 욕망을 깨우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2. 11. 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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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려왔던 가장 무섭고 엉뚱하면서, 그로테크스한 상상의 존재는 무엇인가.

 "당신의 머릿속이 호기심의 방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공포스럽고 가장 어두운 기억을 담아두는 방이죠. 그 방의 문을 열어 세상에 보여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기예르모 델토로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 속에서 보여준 환상적이고 기괴한 상상력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마음껏 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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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당신이 그려왔던 가장 무섭고 엉뚱하면서, 그로테크스한 상상의 존재는 무엇인가. 넷플릭스의 신작 시리즈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이하 '호기심의 방')은 바로 그런 어둡고 내밀한 상상력을 끄집어내 시각화한 작품이다. 

호러 판타지의 명장 기예르모 델토로가 보여주는 기괴한 상상력의 세계 '호기심의 방'에서 그는 호스트를 맡아 매 시리즈 초반에 등장해 공포스러운 여정을 이끌어준다. 

"당신의 머릿속이 호기심의 방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공포스럽고 가장 어두운 기억을 담아두는 방이죠. 그 방의 문을 열어 세상에 보여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예르모 델토로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 속에서 보여준 환상적이고 기괴한 상상력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마음껏 분출하고 있다. 마음 깊은 곳, 은밀하게 숨겨둔 공포와 어둠에 대한 호기심이 하나하나의 방을 나와 화면에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유려한 미쟝센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눈과 귀를 잡아 이끈다. 

'판의 미로'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기예르모 델로토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고수하며 두터운 팬들을 양산했다. '헬보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델토로 스타일'이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 그는 호러 판타지의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연기 활동도 간간히 펼쳐온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해설을 맡아 호기심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로 분했다. 

총 8화로 완성된 '호기심의 방'은 매 화가 완결된 스토리를 선보인다. 각 화는 시대와 주인공, 소재를 달리해 각기 다른 관객의 취향을 저격한다. 제니퍼 켄트, 데이비드 프라이어, 기예르모 나바로, 키스 토머스, 캐서린 하드윅 등 한편의 에피소드는 각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완성도 높은 장편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심령술, 악마, 괴수, 오컬트 등 다양한 호러 소재가 매 에피소드를 장식하며 공포마니아들을 유혹한다.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첫번째 에피소드는 '36번 창고'다. 남자 노인이 이물스럽고 기괴한 식재료를 손질하다 가슴을 움켜쥐곤 갑작스럽게 쓰러진다. 노인이 사망하고 개인 물품을 저장하는 유료 창고는 경매에 넘겨진다.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창고에서 돈이 될 법한 물건들을 내다파는 주인공은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에 시달리는 인종 차별주의자다. 노인의 창고를 낙찰받은 남자는 지독한 악취와 잡동사니 속에서 악마를 부르는 강령술 책 도구를 발견한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자는 나머지 책을 찾으면 후한 돈을 쳐주겠다는 제안에 야심한 밤 창고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깨어난 악마와 대면한다.

2화는 공동묘지 관리인과 쥐에 관한 이야기 '무덤가의 쥐'다. 망자가 무덤에 묻히면 밤을 틈 타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이 지닌 물건을 훔치는 묘지 관리인. 도박빚에 시달리던 그는 여러개의 금니와 값비싼 칼, 보석으로 휘감은 부유한 남자의 무덤을 노린다. 그의 골칫거리는 단 하나. 시체가 묻히면 그 누구보다 재빠르게 달려와 시신을 차지하는 묘지의 쥐 떼다. '빚을 갚지 않으면 다음 무덤에 누울 사람은 네가 될 것'이라는 협박에 다시 무덤을 파헤친 관리인. 다행히 온전한 시체에서 값진 물건들을 떼네던 남자는 순식간에 시체를 끌고가는 쥐떼들을 따라 묘지 밑 어둡고 끝 없는 땅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3화는 광산에서 여러명의 광부를 몰살한 살인범과 광부들의 시신을 부검하게 된 의사의 이야기 '부검', 4화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으로 점차 자신을 버리고 변화해가는 여자의 이야기 '겉모습'이다. 어둠과 악을 보는 눈을 가진 화가의 이야기를 그린 5화 '모델', 어린 시절 죽은 쌍둥이 여동생을 현생으로 데려오려는 남자의 이야기 '마녀의 집'(6화), 엄청난 재력가의 집에 모인 유명인사들의 기괴한 경험 '관람'(7화)', 도요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 부부가 외딴 섬, 비밀스러운 집에 묶게 되며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이야기 '새들의 비행'(8화으로 구성됐다. 

각 에피소드는 완결된 스토리와 개성있는 배우들,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공포 및 폭력 수위는 각 회차 별 편차가 꽤 있는 편이다. 시적이고 문학적인 대사와 고풍스러운 영상도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마지막 에피소드 '새들의 비행'은 기예르모 델토로가 직접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해 작품의 대미를 장식한다.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그려왔던 가장 공포스럽고 은밀한, 소름끼치는 상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 델로토가 선사하는 환상적인 판타지에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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