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청소기 3대 중 1대 중국산… 삼성·LG, 안방 수성 ‘골머리’
최근엔 고급·고성능 제품 속속 출시
LG전자, 안방 내줄 수 없어 신제품 출시
자율주행 기술 접목…삼성도 진용 재정비 중
로봇청소기 시장을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로봇청소기 3대 중 1대는 중국 기업 제품이다. 안방을 뺏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시장이 작다고 판단해 그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달 중 새 제품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전자도 제품성을 강화해 중국 기업에 대응하고 있다.
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로보락, 샤오미, 에코백스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며 영역을 차츰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시장 3분의 1을 중국 업체의 몫으로 보고 있다.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 투톱이 로봇청소기에 집중하지 않는 동안 중국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가 혹할 만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과거 저렴한 가격에 준수한 성능을 앞세웠으나, 최근에는 고가의 고성능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물걸레와 먼지 흡입 청소 기능을 동시에 갖춘 ‘올인원’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먼지통 비우기와 물걸레 세척 등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기능도 넣었다.
로보락 S7 맥스V 울트라는 출고가만 159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로봇청소기에 비해 수십만원이 비싼 셈이다. 이 로봇청소기는 마루 바닥에서는 물걸레질을 하다가 카펫 등이 나타나면 물걸레를 스스로 올리는 오토 리프팅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을 거점으로 하는 에코백스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디봇 X1이 대표 제품이다. 출고가는 159만원이다. 물걸레 열풍 기능이 있다. 물걸레는 사용 특성상 늘 젖어있어 세균 번식 위험이 있는데, 이를 막는 것이다. 청소기가 알아서 바닥을 쓸고, 먼지를 빨아들이며, 걸레로 닦아내는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대화형 음성인식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회사는 중국내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 유럽 시장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는 사이,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시장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혼수 가전의 하나로 로봇청소기를 끼워팔아 점유율은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주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선청소기에 비해 큰 공을 들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중국 업체들의 안방 공략이 거세지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로봇청소기를 확대하려고 한다. 안방 시장을 앉아서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쌓은 자율주행 기술을 로봇청소기에 이식 중이다. 여기에 원래 갖고 있던 청소기 본연의 기능까지 충실하게 갖춘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지난 달 내놓은 코드제로 R9는 최근 시장 흐름에 맞춘 로봇청소기다. 무선청소기인 코드제로 A9S에 적용된 올인원타워를 로봇청소기에 적용해, 자동으로 먼지통을 비워준다. 약 300만장의 사물이미지를 스스로 학습하는 AI 딥러닝 기술도 갖고 있다. LG전자 기기 연결 플랫폼 LG 씽큐앱을 사용해 구입 뒤 새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와 연동해 음성인식도 한다. 이와 함께 간단한 물걸레와 먼지흡입 기능을 갖고 있는 코드제로 R5도 이달 중 선보인다. 기존 로봇청소기 ‘로보킹’의 정식 후속작이다.
삼성전자 또한 시장 변화와 점유율 수성을 위해 로봇청소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선보인 비스포크 제트봇AI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올해 초 출시하고, 비스포크 제트봇AI의 일부 기능을 빼고 가격을 낮춘 비스포크 제트봇AI SE도 선보였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는 물걸레와 먼지흡입을 동시에 지원하는 제품은 선보이지 않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로봇청소기 시장에 관심을 두고 신제품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은 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인 중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국내 시장 환경과 소비자 성향은 국내 가전 기업이 잘 알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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