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서 지구 떠받는 곤충, 사라지는 순간 생태계 무너지는 ‘재앙’[화제의 책]
침묵의 지구
데이브 굴슨 지음·이한음 옮김 | 까치 | 416쪽 | 2만2000원
환경운동가 레이철 카슨이 명저 <침묵의 봄(SILENT SPRING)>으로 생태계 파괴와 환경 재앙의 위험성을 경고한 게 1962년이다. <침묵의 봄>은 세계적으로 생태계 붕괴의 심각성을 깨우쳤고 환경 문제가 사회운동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환경 문제는 물론 인간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의 공존·상생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60년이다. 그동안 지구의 생태환경은 개선됐을까. 안타깝게도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릴 만큼 인류는 생태계 붕괴, ‘침묵의 봄’에 직면했다. 아직도 낙관주의자들이 있지만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 주말농장이든 텃밭이든 농사를 조금이라도 짓는 사람이라면 ‘침묵의 봄’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직감한다. 기후는 ‘변화’를 지나 ‘위기’를 거쳐 ‘재앙’으로 여겨진다. 이젠 ‘침묵의 봄’을 넘어 ‘침묵의 지구’가 이야기되는 상황이다.
<침묵의 지구>(원제 SILENT EARTH: Averting the Insect Apocalypse)는 자연스레 <침묵의 봄>을 떠오르게 한다. <침묵의 봄>이 농약 남용의 문제를 통한 환경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면, <침묵의 지구>는 인류 문명의 생존 기반인 곤충의 멸종위기 상황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곤충학자인 저자 데이브 굴슨 교수(영국 서식스대 생물학)는 지구상에 곤충이 등장한 역사부터 곤충의 가치, 멸종위기의 상황과 원인, 나아가 대책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하여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곤충의 중요성을 알리고, 곤충이 인류의 생존에 얼마나 핵심적 존재인지에 관심을 촉구한다.
사실 곤충은 야생생물 중에서 천대받는 존재다. 유명한 생물, 크고 눈에 잘 띄는 생물종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곤충은 방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익충과 해충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학술적 연구도 부실해 지구에 약 400만종의 곤충이 있지만 제대로 파악된 것은 100만종에 불과하다.
무관심 속에 놓였지만 곤충이 지구의 환경, 생태계 유지에 얼마나 필수적 존재인지를 알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곤충은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서 조류·어류 등의 주요 먹이가 된다. 수많은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토대다. 또 식물들이 열매를 맺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꽃가루받이 행위자이다. 동물 배설물의 분해 등도 대표적 역할이다. 한마디로 곤충이 사라지면 인류의 식량 공급체계, 지구 생태계도 무너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럼에도 무지와 혐오로 곤충 개체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책에는 독일 크레펠트협회 등 세계적 기관·단체·연구자들의 조사·연구 결과가 실렸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곤충 개체수가 약 25% 줄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논문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곤충의 급감, 생물다양성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대부분 실감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꿀벌의 집단 감소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곤충이 멸종위기에 처한 원인으로 벌목·재개발 등에 따른 서식지 상실, 살충제·제초제 등 농약의 사용, 화학비료와 인공적인 조명, 이상 기후, 단일 작물 중심의 경작 등이 지목된다.
이제 지구 환경을 지탱하는 주요 구성원인 곤충의 멸종을 막고 인류와의 공존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저자는 범사회적 환경교육, 특히 어린이들 대상의 생태교육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도시 속 공원·정원 조성 등 도시 녹화, 공원의 농약 사용 자제, 친환경 경작 방식으로의 전환, 서식지 확보 등도 있다. 채식 위주의 식단과 잉여 식량의 절대적인 축소 등도 꼽힌다.
책에는 정부와 지역사회, 가정과 개인 등 각 주체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상세하게 제시돼 있다. 곤충의 멸종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이야말로 환경위기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라는 저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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