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탈모치료제 된 전립선약, 미 FDA 허가 추진”

독일(프랑크푸르트)=김명지 기자 2022. 11. 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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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CPHI 참가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 인터뷰
“제네릭만으로 성장에 한계 확인”
“안구건조증 신약후보 2상 결과 내년 상반기”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3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2022 국제의약품전시회(CPHI)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CPHI 공동취재단

50대 남성 A씨는 탈모 치료제 아보다트(Avodart)를 매일 먹는다. GSK가 개발한 아보다트는 성분명이 두타스테리드로 원래 전립성 비대증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약을 먹은 환자의 머리카락이 늘면서 탈모 치료제로 한국과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다.

남성호르몬(DHT, 5알파 환원효소)가 모낭을 축소시켜서 탈모를 일으키는데, 아보다트는 이 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탈모를 치료한다. 전세계적으로 탈모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프로페시아(미국 MSD)’가 같은 기전의 약이다.

아보다트는 프로페시아보다 탈모 방지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특허가 만료된 2015년 이후 복제약(제네릭)이 쏟아지며 ‘국민 탈모약’으로 대중화됐다. 하지만 아보다트는 프로페시아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지 못했다

유유제약은 3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22 국제의약품전시회(CPHI)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제’ 형태로 개발한 아보다트 복제약을 미국과 유럽에서 탈모 치료제로 허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유원상 대표는 이런 내용을 밝히고 “오는 2024년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한국과 일본에서 탈모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아보다트가 미국 유럽에서 ‘탈모’ 목적으로 처방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의사에 따라서 탈모 치료제로 쓰이는 것을 확인했다”며 “처방약으로 허가를 받지 않아 의사들이 처방을 주저하는 문제를 해결하면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미국 유럽에서 아보다트를 탈모치료 목적으로 알음알음 쓰고 있는데, 자사의 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탈모를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으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연질캡슐 형태의 알약을 정제 형태로 가공해 크기를 줄인 아보다트 복제약을 소개하며 “(이 약이 탈모를 적응증으로) FDA 허가를 받으면 미국 유럽 소비자들에게 ‘크기를 반을 줄인 세계 최초 탈모 정제약’이라는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유제약 유원상 대표가 3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2022 국제의약품전시회(CPHI)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CPHI 공동취재단

미국과 유럽의 탈모치료제 시장은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유 대표는 다만 ‘GSK가 탈모 치료제로 허가를 안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유유가 (복제약으로) 생산을 해 봐서 어떤 기전인지를 잘 안다”라며 “탈모 치료로 허가를 받으면 잘 될 텐데 아무도 하지 않길래 시도해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달 말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탈모학회’에 참석해 두타스테리드 성분을 탈모약으로 개발하는 내용을 발표한다.

유 대표는 또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YP-P10)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임상 2상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안구건조증은 발병 원인이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YP-P10는 염증 유발을 낮추는 기전을 갖고 있다”며 “펩타이드 물질 100여개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10여개가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안전성과 생산과 유통을 고려해서 YP-P10가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미국 트리니티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오너 3세다. 그는 유유제약에 입사하기 전에 약 5년 가량 노바티스 영업 사원으로 근무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단독 대표로 취임한 후 공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19억원 수준이던 연구개발(R&D) 비용은 2021년 46억 5700만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늘어나니 보니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유유제약의 실적은 유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 2020년 1만 7000원으로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5900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유유제약이 신약 개발만 접으면 흑자내는 기업이 될 것이란 얘기가 증권가에서 나온다.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쓸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 대표는 “적자를 내고 있지만 탈모와 안구건조증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함께 운영할 만큼 여력이 있다”라며 “최근 발행한 전환사채로 1~2년은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회사가 적자를 기록하면서까지 신약 개발을 하는 이유는 제네릭만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신약 개발 노력에도) 내년까지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주주친화적 정책도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유유제약의 연매출이 1000억원인데, 시가총액도 1000억원이라는 것은 회사 주가에 ‘신약 프리미엄’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할아버지도 (유한양행으로 신약을) 만들어 냈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 싶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최근 인도 출신 제약 전문가 4명을 영입했다고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도 출신 약사를 고문으로 소개했다. 그는 “글로벌 수주를 하려면 미국을 겨냥해 FDA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인도가 아닌) 글로벌 대형사에 (영어 소통이 원활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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