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 식탁에 술·1박2일 ‘관광 워크숍’·골프행사…‘참사 애도’ 무색한 사람들[이태원 핼러윈 참사]

강현석 기자 2022. 11. 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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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도의회 의원들 식탁에 술이 오르고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구청은 다음 날 관광 일정이 포함된 워크숍을 떠났다. 골프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고 물품을 후원한 국립 대학도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애도 기간’ 지방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광주와 전남지역 여러 공공기관들이 부적절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와 전남환경운동연합,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전남지부 등 전남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해야 할 시점에 술판을 벌인 전남도의원과 의회,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일 행정사무 감사를 마치고 목포의 한 식당에서 단체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도의원 9명과 의회 공무원 3명이 참석했는데 테이블에 소주와 맥주 등이 놓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술을 마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전 국민이 참사로 슬픔과 분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추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주 광산구청은 지난달 31일 “이태원 참사 추모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예정된 행사와 축제를 취소 또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 구청 주민자치과 공무원 6명과 주민자치위원 84명은 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단양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일정에는 고수동굴과 청풍호 탐방 등 관광일정이 일부 포함됐다. 비판이 나오자 광산구는 “국가 애도기간 진행된 워크숍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참사로 큰 슬픔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과학기술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GIST기술경영아카데미 총동문회’ 주최 골프대회를 진행했다. GIST는 학생축제와 학교가 주최하는 행사는 취소하거나 축소했지만 GIST기술경영아카데미 총동문회는 지난 1일 무안의 골프장에서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 GIST는 행사 기념품과 현수막 등을 지원했다. GIST 측은 “전 사회적으로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는 국가 애도 기간 GIST가 운영하는 최고위 과정 총동문회 행사가 개최돼 송구스럽다”면서 “앞으로 대내외 행사 개최에 보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 30일부터 5일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애도 기간 정부는 행정기관과 지방의회, 공공기관에 단체회식과 과도한 음주 자제,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 금지, 시급하지 않은 행사 및 국내·외 출장 자제 등을 지시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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