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유(流)튜브]SPC 노사 갈등 수습…"냉철하게 현실 직시해야"

이주현 기자 2022. 11. 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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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불매운동 확산에 감지된 정보 오류
안전한 일터 만들기, 근로 여건 개선에 집중해야 할 때
2022.10.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SPC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PB파트너즈와 민주노총 화섬노조가 3일 노사협약을 완료했습니다. 작년 7월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한지 1년 4개월만 입니다.

SPC 파리바게뜨와 민주노총의 갈등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가 불법파견이라며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한 이후 SPC는 노동조합과 가맹점, 양대 노총, 시민단체와 함께 '사회적합의'를 이루며 사태를 봉합했습니다.

사회적합의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고 이들의 처우와 복리후생을 3년 안에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준다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후 SPC 파리바게뜨는 2021년 사회적합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선언했지만 화섬노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맞서왔습니다. 회사가 사회적합의를 상당부분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법원의 판결이 세 차례나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개별 교섭권' 획득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식농성과 1인 시위, 사회적합의 검증 토론회 등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 중 가장 극단적인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자사제품 '불매운동' 입니다.

시민들 일부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거나 의아해 했습니다. 파리바게뜨 민주노총 제빵기사들은 본인들이 만들어서 팔고 있는 빵을 사지 말라고 했고, 민조노총을 지지하는 세력의 시민단체들은 이를 거들었습니다.

화섬노조로부터 시작된 SPC 불매운동은 노조나 이해관계가 있는 지점에서 비롯된 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시민들의 호응을 크게 얻지 못했고 불씨는 동력을 잃은 채 명맥만 간신히 이어나갔습니다.

파리바게뜨 노조원과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등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자' 공동행동이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사 합의에 따른 공동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화섬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노조가 SPC 불매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도 일어났습니다.

불매운동이 매출에 타격을 주진 못했다 해도 화섬노조가 주장하는 사실과 다른 내용들로 인해 SPC의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고 3400여명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확대되자 회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 협약을 체결했고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협약은 체결했지만 남은 과제와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습니다.

얼마 전 SPC 평택 빵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대표적입니다.

SPC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당연히 회사 측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모습. 2022.10.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런데 SPC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정보의 왜곡이 감지됐습니다. '피묻은 빵'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은 민주노총의 발언에서 시작됐고 여론은 이에 격하게 반응했죠.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이나 후속 대책에 집중하기보다는 '피묻은 빵', '죽음으로 만든 빵' 등의 자극적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가 직접 나서서 자극적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제빵사를 꿈꾸는 소녀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빵 공장에 다녀야 했다는 이야기에 많은 대중들이 분노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른 사연입니다. 고인은 평범한 가정에서 화목하게 자란 것으로 알려졌고 이런 이야기에 유족이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까 걱정이 앞섭니다.

목적을 가진 일부의 주장이 와전되며 정보에 오류가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조 물품으로 제공된 빵이 회사측의 뻔뻔한 장례 답례품으로 둔갑된 언론 보도도 같은 맥락입니다.

응당 감내해야할 질타와 정보 왜곡으로 비롯된 비난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이해관계자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노조 등 특정 세력의 감정적인 비난이 아닌 산업재해 재발 방지에 무게를 둬야합니다.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 만들기, 근로 여건 개선에 집중하는 게 우선입니다.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고 SPC의 후속 대처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따끔한 지적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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