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주연작 '몸값', 이충현 감독 원작과 비교해 보니

우다빈 2022. 11. 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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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몸값'
이충현 감독의 동명 원작과 차별점은?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몸값', 원작과 확연히 다른 장르와 인물들이 영화계를 집중시켰다. 지금의 이충현 감독을 있게 한 원작 '몸값'과 다르게 지진이라는 과감한 설정이 추가됐다. 재탄생한 '몸값'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단편영화 '몸값'의 파격성에 새로운 세계관을 결합, 더욱 확장된 스토리와 스케일을 더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지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통해 1화부터 3화를 미리 선보였고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티빙 '몸값'을 논하기 전 원작의 작품성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이충현 감독의 원작 '몸값'은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파격성으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작품이다.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영화제를 휩쓸었다. 소문난 수작이 된 '몸값', 이는 신인 감독인 이충현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고생으로 여겨지는 한 여자와 30대 남자가 여관방에서 만난다. 둘은 은밀한 거래를 앞두고 흥정을 한다. 왓챠 제공

원작 '몸값'은 14분가량의 짧은 단편 영화지만 그 이상의 여운을 남겼다. 특히 몸값을 흥정하는 과정이 서스펜스적으로 묘사되면서 긴장감을 남겼다.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의 대화에 몰입되며 마지막 반전 효과를 즐겼다. 원작의 높은 작품성은 배우들도 매료시켰다. 이주영과 전종서는 같은 캐릭터를 맡았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소화하면서 비교를 어렵게 만들었다. 두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와 싱크로율로 '몸값'의 중심을 이끌었다. 전우성 감독이 전종서에게 가장 먼저 대본을 건넨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만들었다.

진선규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심리전과 사투를 고스란히 완성한다. 극 초반 1, 2회의 흡입력은 진선규가 이끌고 그의 전성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진선규의 열연은 원작에 대한 애정에서 기반됐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진선규는 ""확장판 시나리오를 보고 연극처럼 연습해서 가장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리즈이지만 정말 연극처럼 임했던 작품이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전우성 감독은 원작의 제목과 촬영 기법을 이번 작품에 그대로 활용했다.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인 원테이크(One Take : 촬영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찍은 영상) 기법으로 촬영, 장르적인 긴장감을 답습했다. 38분짜리인 1회에서는 원작처럼 성(性)을 사려는 남자와 판매자인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고 화대 흥정을 이어간다. 어딘가 지질하고 추잡스러운 남성의 분노에도 이 여성은 동요하지 않는 기묘함이 원작 못지 않게 연출됐다.

다만 지진과 싱크홀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화면이 다소 어지럽다. 원테이크 촬영 기법이 강점이 아닌 단점으로 느껴지게 된 이유다. 아울러 원작과 달리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데 인물들이 카메라 곳곳에 스쳐 지나가거나 들쑥날쑥하는 장면들이 집중도를 다소 와해시킨다. 인물들이 정신없이 탈출하는 모습에서 여러 시나리오 장치들이 혼란스러움을 가미하는데 시청자들도 함께 혼돈의 장을 겪는다. 몰입감이 순간적으로 끊기는 데다 인물들의 대사가 한데 섞이면서 전달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티빙이 제공한 자막 기능이 제 역할을 한다지만 스토리를 숨 가쁘게 따라가야 하는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리메이크 된 '몸값'을 보고 있으면 분명 이충현 감독의 작품이 아닌 전우성 감독 만의 '몸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우성 감독은 원작의 부담감을 말끔히 털어냈다. 각각의 작품에선 두 신인 감독의 서로 다른 색채가 돋보인다. 재난물이라는 새 옷을 입은 '몸값'은 새롭고 또 반갑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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