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지지부진…사업계획도 못짜는 면세업계(종합)
관세청·공항공사 '스마트 면세점 앱' 등 두고 줄다리기
면세점 손님 늘고 있지만 고환율에 이익 급감 '이중고'
"입찰 공고 지연에…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도 못 해"
관세청 "입찰공고 협의는 완료"…입찰 곧 진행할 듯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내년 1월 특허 만료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신규 입찰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면세점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특허 발부권자인 관세청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입찰 조건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어서다. 면세점 업계는 가장 큰 매출처인 인천공항 출점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과 관세청은 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을 위한 조건을 조율 중이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총 21개로, 이번 입찰은 제1여객터미널(T1) 매장 9개와 제2여객터미널(T2) 매장 6개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T1은 지난해 세 번의 유찰로 공실 상태이며, T2는 내년 1월 중순 만료다. T1, T2 모두 1월부터 운영할 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아직 입찰 공고도 뜨지 않은 상황이다.
공항 면세점 입찰이 특허 발부일로부터 보통 6개월 전 이뤄진다는 점을 볼 때 이미 한참 늦은 셈이다. A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달 중순에 입찰 공고가 뜰 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얘기만 4개월째”라며 “T2 특허 만료가 내년 1월 중순이니 연내에는 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은 신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지난 3월부터 신경전을 벌여 왔다. 지난 8월 사업자 ‘복수 추천’ 방식으로 합의를 보고 입찰 공고가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3개월째 표류 중이다. 양쪽은 면세점 사업군 구획 조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구역 분할 최소화를 주장하는 반면, 관세청은 이를 입찰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여러 구역으로 나누자고 주장 중이다.
‘스마트 면세점 앱’을 두고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스마트 면세점 앱은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을 모아 출국 30분 전까지 면세품을 구매하고 매장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관세청은 스마트 면세점의 수수료율을 매장 수수료율과 별도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요율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세청이 추진 중인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은 공항에 가기 전 시내면세점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귀국할 때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정부는 면세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 부산항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공항·항만에 입국장 인도장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공항 측은 입국장 면세구역 혼잡도 증가, 기존 입국장 면세점에 입점한 중소·중견사업자 매출 감소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도 못 세워…답답한 면세점
신규 입찰 공고 지연으로 가장 답답한 건 면세업계다. 면세점업은 코로나19 기간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내년도 재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때마침 ‘초강달러’의 역습으로 계속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라면세점은 올 3분기 매출 1조19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국내 시내점과 공항점 매출 모두 크게 뛰며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기간 영업이익은 단 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7%나 감소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고환율과 모객을 위한 고강도 프로모션으로 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업계는 최근 아이돌 모델을 잇달아 선정하고 할인 쿠폰을 발행하면서 모객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고 있다.
특히 연말, 모든 산업계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무 준비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인천공항 면세점에 어느 규모로, 어떤 수수료율로 입점할 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B면세점 관계자는 “입찰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공고가 빨리 떠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사업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전혀 정리가 안 돼 있다 보니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천공항은 매출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사업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입찰 공고에 따라 공항점, 시내점 어디에 집중할지 전략을 세울 텐데 이렇게 가다가 해를 넘기는 게 아닌가”라고 불안해했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 2일 인천공항공사와 면세 사업권 구획, 스마트 면세서비스 등을 포함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신규 입찰공고 협의를 완료한 상태라고 전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신규 입찰은 이번 협의를 토대로 진행될 예정이며, 관세청은 입찰절차가 종료되는 즉시 신규 면세점 특허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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