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떠났지만 나는 다 울지 못하였습니다”…준비 없는 사별을 한 이들에게
김태언기자 2022. 11.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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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신의학자 루트비히 빈스방거(1881~1966)는 갓 스무 살이 된 장남을 잃었을 때 그 비통한 마음을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게 알렸다고 한다.
'애도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사인(死因)이나 처지는 다르지만 사별을 마주한 이들의 심정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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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로나를 애도하다’
스위스 정신의학자 루트비히 빈스방거(1881~1966)는 갓 스무 살이 된 장남을 잃었을 때 그 비통한 마음을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게 알렸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빈스방거를 이렇게 위로했다.
“사별 뒤 극심한 슬픔은 언제나 끝이 납니다만, 그 후에 무엇으로도 고인을 대신할 수 없는 기나긴 날들이 이어집니다.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보려 해도 역시 고인과는 어딘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고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해갈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안타까운 생명들이 숨을 거뒀다. 그 어이없고 난데없는 죽음을 목도하고 수많은 이들이 혼란에 빠졌다. 준비 없는 이별을 맞닥뜨린 유족과 주변인들은 그 비통함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신간 ‘코로나를 애도하다’의 저자인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위원은 3년 넘게 세상을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을 인터뷰했다. ‘애도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사인(死因)이나 처지는 다르지만 사별을 마주한 이들의 심정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갑작스런 이별은 남은 이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책감이다. 책에 등장하는 유족들은 대부분 고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례를 떠올리거나 자기 탓에 일찍 떠난 건 아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위기 상황 속 극도의 불안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죄책감”이라며 “이러한 죄의식은 대개 비합리적인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현실 검증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때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시간을 갖고 ‘상실노트 쓰기’를 해보라고 저자는 추천한다. 글쓰기를 통해 고인과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별한 이들이 경험하는 죄책감을 고인과의 화해에 대한 소망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짚어준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감정이 생생할 때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과의 추억을 마주하며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은 기나긴 애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프로이트가 얘기했듯, 애도는 기나긴 날들이 이어지는 여정이다. “삶은 끝나도 관계는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별의 슬픔은 떠난 이와의 관계를 끝내버린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고인과의 관계가 죽음으로 인해 마무리됐다고 해버리면, 사별 뒤에 오래도록 고인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편견이 덧씌워질 수 있다. 저자는 “고인과의 심리적 유대감은 제사나 추모문화 등의 환경에 따라 유지되고 진화할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지지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별을 겪은 이들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 어떤 유족들은 세상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에 대한 신념 같은 기존의 인식 체계가 붕괴되기도 한다. 특히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헤어짐일 경우 정신적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견디는 것조차 힘든 이들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도록, 그 이후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주변과 사회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슬픔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그 어떤 모멸도 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게 해주고 아픈 목소리를 들어주는 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이다.
스위스 정신의학자 루트비히 빈스방거(1881~1966)는 갓 스무 살이 된 장남을 잃었을 때 그 비통한 마음을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게 알렸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빈스방거를 이렇게 위로했다.
“사별 뒤 극심한 슬픔은 언제나 끝이 납니다만, 그 후에 무엇으로도 고인을 대신할 수 없는 기나긴 날들이 이어집니다.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보려 해도 역시 고인과는 어딘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고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해갈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안타까운 생명들이 숨을 거뒀다. 그 어이없고 난데없는 죽음을 목도하고 수많은 이들이 혼란에 빠졌다. 준비 없는 이별을 맞닥뜨린 유족과 주변인들은 그 비통함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신간 ‘코로나를 애도하다’의 저자인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위원은 3년 넘게 세상을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을 인터뷰했다. ‘애도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사인(死因)이나 처지는 다르지만 사별을 마주한 이들의 심정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갑작스런 이별은 남은 이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책감이다. 책에 등장하는 유족들은 대부분 고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례를 떠올리거나 자기 탓에 일찍 떠난 건 아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위기 상황 속 극도의 불안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죄책감”이라며 “이러한 죄의식은 대개 비합리적인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현실 검증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때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시간을 갖고 ‘상실노트 쓰기’를 해보라고 저자는 추천한다. 글쓰기를 통해 고인과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별한 이들이 경험하는 죄책감을 고인과의 화해에 대한 소망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짚어준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감정이 생생할 때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과의 추억을 마주하며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은 기나긴 애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프로이트가 얘기했듯, 애도는 기나긴 날들이 이어지는 여정이다. “삶은 끝나도 관계는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별의 슬픔은 떠난 이와의 관계를 끝내버린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고인과의 관계가 죽음으로 인해 마무리됐다고 해버리면, 사별 뒤에 오래도록 고인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편견이 덧씌워질 수 있다. 저자는 “고인과의 심리적 유대감은 제사나 추모문화 등의 환경에 따라 유지되고 진화할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지지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별을 겪은 이들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 어떤 유족들은 세상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에 대한 신념 같은 기존의 인식 체계가 붕괴되기도 한다. 특히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헤어짐일 경우 정신적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견디는 것조차 힘든 이들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도록, 그 이후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주변과 사회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슬픔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그 어떤 모멸도 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게 해주고 아픈 목소리를 들어주는 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이다.
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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