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실적 부진, 파월 ‘매파 발언’에 불안한 네이버…목표가 줄줄이 하향조정

정현진 기자 2022. 11. 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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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3분기 ‘어닝쇼크’... 광고·커머스 시장 둔화 현실화
금리 인상 기조 이어지며 거시 환경도 불리
“네이버 3분기 실적 부진 불가피... 상승 모멘텀 찾아야”

카카오가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면서, 오는 7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네이버의 성적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지난 2일(현지 시각) 기준금리의 인상 중단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채권 금리가 다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기술 성장주에 불리한 매크로(거시) 환경이 네이버의 주가 반등을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분당의 네이버 사옥./뉴스1

3일 네이버(NAVER)는 전 거래일 대비 2.87% 내린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부터 3거래일째 계속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네이버 주가의 하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먼저 ‘라이벌’ 카카오의 3분기 실적이 증권가 전망치에 못 미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카오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조85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503억원이었다.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1790억원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4.21% 하락했고, 네이버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했다. 이날 ‘양대 인터넷 플랫폼’ 카카오와 네이버는 나란히 외국인과 국내 기관 순매도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카카오를 442억원, 네이버를 187억원어치 팔았다. 국내 기관은 카카오와 네이버를 각각 330억원, 246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경기 둔화로 인한 광고·커머스 시장 정체가 카카오의 실적 부진을 주도했다는 소식이 네이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카오톡 기반 사업 ‘톡비즈’ 중 광고형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4.1% 감소한 2599억원에 그쳤다. 대형 브랜드들이 광고 예산 집행을 줄이고 광고시장 자체가 비수기에 접어들자 부진한 성적을 냈다.

카카오 톡비즈 광고 매출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매분기 하락하고 있다. 1분기엔 32%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28%로, 3분기에는 18%로 낮아진 상태다.

이날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부정적인 거시 경제 환경에 따라 광고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어 4분기 매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의 둔화가 4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오른쪽)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뉴스1

7일 발표되는 네이버의 3분기 실적도 광고 시장 둔화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네이버는 광고·커머스 사업 의존도가 카카오보다 훨씬 높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의 광고 매출(톡비즈형 광고형 매출과 포털 광고 매출을 단순 합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였는데, 네이버는 커머스·검색·포털 등의 광고 매출 비중이 57%에 육박했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네이버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네이버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306억원이었다. 월초에는 3549억원이었으나 중순에는 3508억원으로 하향 조정됐으며, 이제는 3300억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이다.

파월 의장이 2일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며 기준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성장주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선에서 4.1%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기준금리와 좀더 밀접적으로 연동되는 2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4.2%대에서 현재 4.7%까지 오른 상태다.

성장기업의 주가에는 미래의 현금 흐름이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향후 조달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이는 필연적으로 현 기업가치를 할인하는 효과를 낳는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더 큰폭으로 조정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5일 간 4% 가까이 떨어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0.63%, 2.32%씩 내린 것과 비교해 낙폭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메리츠증권(25만원→21만원), 현대차증권(40만원→29만원), KB증권(35만원→25만원), 한화투자증권(38만원→28만원) 등이 목표가 조정에 나섰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디지털 광고 시장 둔화, 온라인 쇼핑 시장 약세로 광고와 커머스 부문의 매출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네이버 주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지적재산권(IP) 등 네이버가 그간 공들인 사업이 본격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멘텀(동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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