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의 시론>KBS 정상화의 지름길
이신우 논설고문
공영방송 KBS의 이념적 편향
해결책은 수신료 시스템 개선
일본 NHK가 훌륭한 모범 제시
전기료 통합 징수 만료 계기로
방송사 - 시청자 긴장 관계 회복
견제 - 균형으로 기능 정상화를
필자는 KBS 개그맨 공채 23기 김영민 씨의 팬이다. 그냥 이름만 대면 ‘누구?’라고 할지 모르나, 지난 2011년부터 대략 2년간 개그콘서트 프로그램 ‘감수성’에서 내시로 분장했던 개그맨이라면 새삼 기억에 떠오를 것이다. 그가 몇 년 전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내시십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정치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다른 유튜버들에 비해 매우 온건한 내용이지만 대단히 지적이고, 유머·풍자·비유에 탁월하다. 볼 때마다 매번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최근 한 작품에서 무릎을 탁 쳤다. 용산 대통령실 안의 SKY 출신 ‘범생’들은 생각도 못 할 공영방송 난제 해결의 비책을 만났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김영민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경기대학교에서 다중매체영상학을 전공했다.
좌파의 치어리더가 돼버린 KBS를 우파 정권이 개혁하려면 엄청난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겠지만 그가 내놓은 방책은 의외로 온건하고 또한 정의롭기까지 하다. 어느 누구도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휘둘렀던 치사하고 위선적인 방법들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잖아도 전 정권은 집권 초부터 적폐 인사로 찍어놓은 강규형 전 KBS 이사를 쫓아내기 위해 온갖 악랄한 수법을 동원했다. 감사원을 동원해서 강 전 이사가 재임 동안 327만 원 상당 액수를 법인 카드로 부당 사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재임 2년이면 한 달에 13만∼14만 원꼴이다. 심지어 김밥 한 줄 2500원의 카드 결제까지 트집 잡았다. 그런 문재인 청와대는 ○○워크숍이라며 자기네끼리 10만 원짜리 도시락을 시켜 황제 식사를 즐기지 않았나. 방송 장악의 일환으로 내부에서는 ‘진실과 미래 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반대파를 숙청하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위원회’가 떠오를 정도였다.
김영민의 ‘조가치 경영하는 KBS’(KBS의 연 수입이 조 단위에 근접한다는 비유) 영상은 이런 행태들에 대해 일절 공개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오는 2024년에 KBS와 한국전력이 맺고 있는 수신료 전기료 통합 징수 계약이 만료된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웃 나라 일본 NHK의 수신료가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 때문이다. NHK도 KBS와 마찬가지로 국민으로부터 걷는 수신료로 운영된다. 하지만 NHK는 KBS가 향유하는 상업광고도 없고 중간광고도 없다. 강제 징수도 없다. 그저 징수원들이 가정을 방문해 수신료를 걷는데, 전체 가구 수 대비 징수율은 약 80%라고 한다. 이 징수 시스템이 핵심이다. 만에 하나 NHK가 KBS에서 보듯 편파 방송과 일방적 이념 주입 등의 만행을 저지를 경우 그에 반대하는 국민의 절반이 당장 수신료 거부운동을 벌이기 때문이다. “수신료 거부 운동이라도 벌어지면 NHK는 즉각적으로 직원과 임금 감축, 방송 공정성 확보 등의 혁신안을 내놓으며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일본 국민과 NHK 사이에는 이렇듯 건강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김영민의 설명이다. 굳이 정부가 나서면서 언론 “탑압”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쓸 이유도 없는 것이다.
KBS는 좌파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가로, 특정 정파와 특정 유권자를 방패막이 삼아 자기네들끼리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향연을 즐기고 있다. 스스로의 자백만으로도 ‘억대 연봉을 받는 무보직’ 직원이 1500명에 이를 정도다. 그러면서도 KBS는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내라고 요구한다. 잔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명분이다. NHK는 지난달 11일 자진해서 수신료 10% 인하를 발표했다. 2012년과 지난해에도 수신료를 7%와 2.5%씩 낮췄다.
만약 NHK에 억대 연봉의 무보직 직원이 15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좌우가 합심, 시청자 100%가 수신료 거부 운동에 나설 것이다. 이제 KBS가 믿는 구석을 거둬들일 때가 됐다. 김영민은 “수신료 납부자 절반의 얼굴에 침을 뱉고, 돈을 내는 사람들한테 ‘보기 싫으면 보지 마’라는 경우는 세상에 없다”고 일갈한다. 그리고 세상에 없는 일을 해결할 대책까지 내놓았다. 이 정도면 진단과 처방이 동시에 이뤄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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