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괴멸 위기’ 관광업계 ‘긴 한숨’

박경일 기자 2022. 11.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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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2시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례적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보도자료란 말 그대로 '보도를 전제로 한 자료'입니다.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로 그 시간.

문체부의 이례적인 보도자료는 이 궐기대회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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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2시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례적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보도자료란 말 그대로 ‘보도를 전제로 한 자료’입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책이나 그에 따른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는 좀 다릅니다. 정부는 ‘관광업계의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누구누구를 만나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자료에 중언부언 담았습니다.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확정된 내용은 없고, 그저 ‘잘해보겠다’는 다짐만 있습니다.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로 그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대로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관광업계 관계자 1800여 명이 ‘관광산업 생태계 복원’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1월 여야가 관광업을 지원 대상에 넣도록 하는 손실보상법 개정에 합의했음에도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선 것이었습니다. 이날 관광 분야 관계자들은 “국제관광이 다시 시작됐지만, 무너진 관광산업 생태계를 복구하지 않고는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하루빨리 복원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습니다.

문체부의 이례적인 보도자료는 이 궐기대회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잘해보겠다’는 정도의 대답이라면 직접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보도자료를 통해 해야 했을까요. 이유는 하나. 그만큼 정부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시위의 효과인 걸까요. 지난달 27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관광 분야 지원 방안이 집중 논의됐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날 내놓은 주된 지원 방안은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로 한국관광 홍보, K-컬처 연수비자 신설, 한류 스타 콘서트 개최 등이었습니다.

당장 관광업계에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인력과 인프라가 태부족인 상황인 데다,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입국 불편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는데, 그 해결책이 ‘메타버스’와 ‘K-컬처 연수비자’라니요. 당장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아프다는 환자에게 내년의 종합건강진단을 조언하는 격입니다.

코로나19로 그야말로 ‘괴멸’의 위기를 건너왔음에도 손실보상법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 여행업계에 정부는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요. 중장기적인 관광정책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다만 일에는 순서가 있고, 사냥을 해도 그때그때 꺼내야 할 칼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는 과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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