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꽃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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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꽃이 아무리 예쁜들 그것이 '꽃회초리'가 된다면 누구에게는 아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꽃회초리란 말은 없지만 이름 앞에 '꽃'이 붙으면 대개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꽃과 같은 고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한 꽃으로 표현되는 고기들은 사육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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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꽃이 아무리 예쁜들 그것이 ‘꽃회초리’가 된다면 누구에게는 아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꽃회초리란 말은 없지만 이름 앞에 ‘꽃’이 붙으면 대개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꽃신 신고 꽃가마 타고 시집을 가는 신부, 꽃그늘에 앉아 꽃구름을 보며 꽃노래를 부르는 아이 등등 나쁜 것은 찾아보려 해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음식 이름에 꽃이 붙은 건 어떤가?
진한 설렁탕 국물을 뜻하는 꽃국물, 간장을 담글 때 메주에 뿌리는 꽃소금 등은 이름이 한없이 예쁘다. 화려한 무늬의 꽃새우 역시 태생적인 아름다움에 붙여진 이름이니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쇠고기의 부위별 이름에 붙여진 꽃등심, 꽃갈비, 꽃살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냥 예쁘게 여기는 것이 꺼려진다. 같은 부위의 여느 고기와 달리 지방이 꽃처럼 골고루 퍼져 있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른 지방 덕에 고소한 풍미가 더 느껴지니 맛이 좋아 그만큼 사랑받는 부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더 나아가 사람의 입맛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자연 상태의 동물들은 삶에 필요한 만큼의 근육과 지방을 갖추고 산다. 지방이 꽃처럼 화려하게 여기저기 골고루 박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연 상태에서 꽃과 같은 고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한 꽃으로 표현되는 고기들은 사육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 수밖에 없다.
맛있는 고기를 즐기는 것도 먹는 이의 자유이고, 그런 고기를 생산해 비싼 값으로 파는 것도 농부의 권리이다. 동물복지의 면에서 보면 원하는 위치에 억지로 지방이 생기게 키우는 것은 동물에게는 못할 짓이다. 그런데 먹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의 면에서는 뭐라 할 일도 아니다. 결국은 정도의 문제, 꽃 같은 지방을 위해 동물을 지나치게 괴롭히지 않았는가, 혹은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른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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