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은행 권총 강도 살인 피고인 2명, 첫 재판에서 서로 살인 혐의 부인

대전지법 전경. 강정의 기자

21년 전에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피고인 중 주범으로 지목된 A씨(52)가 첫 재판에서 살인 범행을 부인했다.

4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변호인은 “강도 범행을 모의한 점은 인정하나, 직원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는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A씨가 ‘나는 권총으로 위협하고 제압하는 역할을 맡을 테니, 너는 현금을 차에 싣는 계획을 맡으라’고 모의한 사실, 공포탄과 실탄을 발사한 사실, 직원을 제압한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A씨는 권총 발사 부분에 대해서는 공범 B씨(51)의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A씨와 함께 범행을 모의해 실행하고 자신이 현금 가방을 차에 실었다는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권총을 쏜 것은 A씨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지 21년이 지나 범행에 사용된 권총이나 차량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데다,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등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28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두 사람을 분리한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A씨와 B씨는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수송차량을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이 사용한 권총은 범행 두 달 전인 10월 15일 0시쯤 대전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이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 정보(DNA)를 바탕으로 지난 8월 25일 두 사람을 검거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