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규제를 아직까지...서울의 건축, 110m ‘높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건축사 박 회장이 본 서울은
‘수평 확장’ 신도시 장점보다 단점 더 많아
직장인들 도심 주거해결이 근본적 접근법
도쿄 왕궁옆 30~40층 빌딩 들어선 반면
한국선 4대문내 층수제한 매우 까다로워
경직된 규제...“공간은 사는 사람이 중요”

박진순 한림건축그룹 회장은 설계사로 잔뼈가 굵다. 그는 본래 건축사다. 그에게 서울의 건축에 묻자, “높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 회장은 “건축사로서 또 시공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건물을 짓는데 방해가 되는 갖가지 규제들을 절실히 실감한 사례들이 많다”며 “(일에 방해가 되는 규제들이) 하루 빨리 걷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신도시 등을 통해 도시를 수평 확장하는 데만 치중하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로와 철도 등의 사회간접시설들을 이어 외곽 지역의 직장인들이 서울의 중심지로 빠르게 올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외곽지역으로 옮기지 않고, 도심에서 주거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도심내 규제 완화가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그는 이어 서울의 높이 이야기를 꺼냈다. 박 회장은 “서울이 특히 군대식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 높이입니다. 굳이 획일적으로 110m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이유가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일본 도쿄를 가면 왕궁 근처에 30~40층 높이의 멋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4대문 안 층수제한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사대문 안에서 높이가 낮아야만 과거 문화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과거 지방에서 서울의 고층 빌딩을 보기 위해 관광을 오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50년 전에 서울의 건축물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 법안을 아직까지 적용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공무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재량이 주어져 있는 점도 아쉽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갖가지 건설관련 법 아래 시행령 등 임의 규정을 통해 세부적인 규제를 해오고 있는데, 여기서 공무원들의 ‘임의적인 판단’이 섞이면서 업무가 크게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실제 박회장은 “주민들의 민원 수렴과 행정 지연 등이 이어지며 오랜기간 애를 먹었다”며 동부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20년간 공터로 방치돼 온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 부지에 39층 규모의 ‘대형 꽈배기’ 모양의 물류·주거 공간이 들어서는 사업이었는데, 규정에 맞게 계획서를 꾸준히 제출했음에도 7년 여간 부서마다 매번 바뀐 답이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박 회장은 “결국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경직된 법이 유연성을 갖기를 희망했다.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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