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구한 ‘10대 의인’ 3명 “구급대원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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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무렵인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던 김영민(17·서울 미양고2)·김진욱(18)·최민규(17·서울 컨벤션고2) 군은 차례대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이모, 고모가 모두 현직 간호사라는 영민 군의 꿈 역시 구급대원이었다.
참사 6일 만인 이날 이들은 이태원역을 다시 찾아 조화와 함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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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에 CPR…현장수습도 도와
참사 후엔 과호흡 등 PTSD 진단
“이런 일 다시 생기지 않아야…”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무렵인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던 김영민(17·서울 미양고2)·김진욱(18)·최민규(17·서울 컨벤션고2) 군은 차례대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코스프레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이 한창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던 도중의 일이다.
진욱 군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가장 먼저 인지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듣고 먼저 자리를 뜬 그는 한 남성이 부상자를 업고 해밀톤호텔 왼쪽 골목을 뛰어내려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진욱 군은 곧바로 동생인 영민 군과 민규 군을 사고 현장으로 불렀다.
4일 이태원역 인근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이들은 시민 구조를 도왔던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참사 직후부터 이튿날인 30일 새벽까지 6시간가량 현장에 머물며 이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시민은 3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호흡을 되찾기도 했다. 진욱 군은 “‘다행이다’ 이상의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며 “바로 다음 사람으로 (CPR) 교대를 해야 해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의 상황을 묻자 영민 군은 “참담했다”고 짧게 회상했다. 그는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가만히 있는 게 더 무서운 일인 것 같았다”고 했다. 이들은 CPR 실시 외에 인파 해산을 돕거나 부상자들에게 물을 건네주기도 했다.
이들이 망설임 없이 구조에 동참했던 건 우연만은 아니다. 어머니, 이모, 고모가 모두 현직 간호사라는 영민 군의 꿈 역시 구급대원이었다. 올 초 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재난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해뒀다는 진욱 군도 “구급대원으로 살고 싶다는 꿈이 새로 생겼다”고 했다.
민규 군도 중학생 시절 형식적 수준에 그쳤던 CPR 교육에 한계를 느껴 성별과 체형에 따른 CPR 방법을 따로 공부해뒀다. 지금도 이들은 지혈대를 항상 가지고 다니자는 등의 이야기를 수시로 나누고 있다.
여러 명의 생명을 되살렸지만 이들 역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과호흡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는 진욱 군은 PTSD 진단에서 64점을 받았다. 통상 60점 이상은 ‘매우 위험한 정도’로 분류된다. 영민 군도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이들은 각각 지자체와 학교에서 지원하는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대형 참사에 구조를 도운 이들의 후유증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참사를 목격했다는 충격 외에도 구조에 참여했을 경우 죄책감이 더해질 수 있다”며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원하고 다독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지침을 통해 구조자들과 목격자들에게 특히 ‘자책’을 피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참사 6일 만인 이날 이들은 이태원역을 다시 찾아 조화와 함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태원역으로 오던 이들은 한 환승역에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고 택시로 갈아타기도 했다. 영민 군은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앞으로 전문적으로 공부해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다”며 “(참사 후) 살아남은 분들도 쾌차해 다시 일상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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