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난민에 중동 난민까지…겨울 앞둔 유럽 난민위기 재점화

이주영 2022. 11. 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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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입항 거부로 난민구조선 3척 1주일 이상 지중해 떠돌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아프리카 등 난민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겨울을 앞둔 유럽에서 난민들이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고 난민 반대 여론이 고조되는 등 난민 위기가 재점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ABC 방송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난민(CG) [연합뉴스TV 제공]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에는 난민 440만명이 밀려들었고 시리아와 아프라니스탄 등에서 들어온 난민도 36만5천명이 넘었다. 이는 유럽 현대 역사상 중동에서 전쟁을 피해 가장 많은 난민이 밀려든 것으로 기록된 2015년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시설 공격을 강화하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 난민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난민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불공평한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이 유럽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브뤼셀에 있는 유럽 이주정책연구소의 한네 베이런스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고 난민들은 더 오래 머물 수밖에 없다"며 "올겨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난민 사태를 겪는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난민 수용 능력 한계에 부딪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적극적인 난민 수용으로 과거 시리아 난민 100만여 명을 받아들인 독일도 올해 우크라이나 난민 8만여 명에 더해 다른 지역 망명 신청자 8만여 명이 몰려들자 난민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 주택은 부족해지고 난민 수용을 위해 임대한 호텔과 호스텔은 난민으로 채워졌으며 이제는 무역박람회장을 난민 수용 시설로 개조하고 컨테이너 캠프를 확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은 3만1천 개의 주거공간을 이미 난민에게 배정했지만 3천500여 명의 망명 신청자가 여전히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난민 정책 변경 요구하는 네덜란드 시위대 10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민들이 난민 정책 변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각국에서는 난민을 둘러싼 문제로 시민들이 떠안는 부담과 해결 과제들이 쌓이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각국 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가스공급 중단과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으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극우세력과 포퓰리즘 세력이 급부상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럽 전체에서 난민 위기의 부담이 국가들 사이에서는 물론 난민들 사이에서도 공평하게 분담되지 않으면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한다.

독일의 일부 지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난민 위기가 일상생활에서 더 많이 느껴질수록 극우 세력이 오랫동안 이용해온 반이민 감정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영하던 분위기가 분노로 바뀌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으며, 드레스덴에서는 난민 수용을 위해 개조작업이 진행되던 호텔이 방화로 일부 불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화로 불탄 독일 난민 수용용 호텔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밀려드는 난민 수용을 위해 우크라이나인에게 자동 거주 및 비자를 부여해 우선순위로 난민 서비스와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망명 신청자들이 밀려들면서 일부 지역은 이미 수용 능력에 한계를 맞았고 이는 우크라이나 난민과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 차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작센난민위원회의 데이비드 슈미트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외 지역에서 온 난민에게 불이익을 주고 차별하는 2단계 난민제도가 있다며 "이는 제도적 인종주의"라고 비난했다.

난민을 어느 국가가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과거 지중해를 통해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밀려들 때는 난민들이 처음 땅을 밟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이 다른 EU 국가들에 난민 수용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는 폴란드와 독일 등이 다른 국가에 난민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싱크탱크 유럽안정이니셔티브의 제럴드 카나우스 의장은 "왜 프랑스는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주 하나보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게 수용하나.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수용한 우크라이나 난민이 왜 체코 한 나라보다 적은가."라고 반문했다.

유럽의 난민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1천여 명을 태운 이주민 구조선 3척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1주일 이상 바다를 떠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BC 방송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극우 정부가 난민 구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독일 선적인 휴머니티 1(179명), 노르웨이 선적인 지오 바렌츠(572명), 오션 바이킹(234명) 등 3척의 구조선이 표류하던 이주민 985명을 구조한 뒤 일주일 넘게 해상을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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