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율로 안되면 토지 지분으로 저지”… 도심복합사업 곳곳서 파열음
비대위, 이미 후보지 지정 전부터 꾸려져 활동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후보지 철회 요구하기도… 국토부 “동의율 다시 조사 중”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이 주민간의 갈등으로 곳곳에서 동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동의율로 안 되면 토지 지분 확보율로라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의 주민 동의율을 재조사 해 동의율 30%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후보지 선정을 철회할 예정이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효창공원역앞 인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제1차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 1일 개최하기로 했으나 이태원 참사 여파로 미뤄졌다. 용문동 원효로2가 일대는 지난 1월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지난해 2·4 대책에서 처음 도입된 사업이다.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등 저개발된 도심을 공공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수용해 고밀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후보지를 지정한 후, 주민 동의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용문동 원효로2가 일대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미 후보지로 지정되기 전부터 사업 추진 세력에 반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 참여 주민들은 민간 재개발 방식을 바라고 있다.
현행 예정지구 지정 후 1년 이내 토지주의 3분의2 이상이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되는데, 이미 갭투자 등으로 원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있어 동의율만으로는 도심복합사업을 막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원주민이 530여 가구였는데 투기세력이 많이 들어와 1200가구까지 늘어났다”면서 “주민동의율뿐 아니라 토지 지분 50%까지도 확보해야 사업 확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토지 지분으로 일단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절차에 따르면 예정지구 지정 후 1년 이내 토지주 3분의2(면적기준 2분의1) 이상 동의가 있어야 사업이 확정된다.
도심복합사업은 지난해 2·4 대책의 핵심이었지만 발표 직후부터 여러 지역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왔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에 공공이 직접 시행자로 나서 신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게 장점이지만, 주민들은 공공이 토지를 수용하고 입주권을 받는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다. 공공이 주도할 경우 개발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투기를 막기 위해 2021년 6월 29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하고 이후 집을 매수한 집주인은 현금청산되도록 하면서 거래를 막은 것도 반대 목소리를 키운 이유가 됐다. 사업에 참여하지 않길 원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주택을 처분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라서다.
이 같은 이유로 도심복합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곳곳에서는 주민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본 지구로 지정된 증산4구역은 올해 주민설명회까지 진행했다. 국토부는 이 지역의 국공유지를 포함해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비대위는 국공유지를 면적기준 동의율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반대 중이다. 강북구의 미아역 동측도 도심복합사업 반대 추진위가 후보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진행한 바 있고, 인천 동암역 남측 역시 반대 추진위가 지자체장을 고소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경우도 생겼다. 대구 중구는 남산동 반월당 역세권을 사업 후보지에서 철회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반월당 역세권은 지난해 10월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대구 중구는 “반대 주민이 많아 선정 철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부는 주민 동의율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동의율을 다시 전수 조사하고 있다. 동의율이 낮다고 확인되면 후보지로 선정됐어도 사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주민들의 반대가 많을 경우 정부의 사업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동의율에 따라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곳만 높여야한다는 조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역세권 주변은 월세도 잘 나오기 때문에 집주인이 공공에 집을 내놓을 이유가 별로 없다”면서 “국유지가 아니라 사유지기 때문에 확실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데다 인센티브를 줘도 현금청산을 할 경우 그 돈갖고 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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