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크루거 전 IMF 부총재 "한국 기준금리 3.0%, 지금도 낮다"

민선희 2022. 11.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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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보다 낮은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안정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맞다, 틀리다 말하기 어렵지만, 현재 기준금리도 낮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준금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또한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자본 유출이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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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준금리 인상 안하면 자본유출 커져
美연준, 기준금리 5%보다 더 높여야…달러 강세 당분간 지속
앤 크루거 전 IMF 부총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앤 크루거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보다 낮은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안정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맞다, 틀리다 말하기 어렵지만, 현재 기준금리도 낮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준금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크루거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보다 높을 경우 가치가 크게 하락하지 않은 재화를 '사재기'하고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에 눈을 돌릴 유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자본 유출이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복합적 경제위기에 직면한 만큼, 전망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5%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아직 건실하고, 물가 상승률이 10%에 육박해 "긴축이 필요한 때"라는 설명이다.

그는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물가 상승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미국을 위해서도, 전 세계를 위해서도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크루거 교수와의 일문일답.

앤 크루거 전 IMF 부총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앤 크루거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hihong@yna.co.kr

--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3.00%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춰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시아 국가 중 빠르게 대응한 편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이 경우 가치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재화를 사재기하면 된다. 또한 투자펀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고 사람들이 장기보다는 단기투자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을 종합해서 봤을 때 마이너스 실질 금리는 절대 좋은 것이 아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나 폭, 얼마나 단계적으로 했는지에 대해 맞다, 틀리다 말하기 어렵지만 현재 기준금리도 좀 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은에 정말 훌륭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 한은은 최근 환율이 물가에 줄 영향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가치 방어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자금 유출이 더 컸을 것이다. 원화 채권을 사는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샀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원화가 더 절하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같은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다른 국가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하면 자본 유출이 늘어나고 유입은 줄어드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한은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경기 둔화 신호 나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마저 나온다.

▲ 사실 한국과 관련된 주요 수치들을 잘 몰라 단언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와 경제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중국 성장 둔화, 유럽 경기침체 등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정도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점은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대란 등 복합적 경제위기에 직면한 만큼 전망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앤 크루거 전 IMF 부총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앤 크루거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hihong@yna.co.kr

-- 연준이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하며 최종금리를 5.00%까지 보는 것 같은데, 이런 기대는 합리적인가.

▲ 미국 인플레이션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연준이 2일 금리를 올렸지만, 5%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그 대가는 엄청날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건실하고 미래가 충분히 밝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 실직자 수보다 일자리 수가 많고, 이러면 임금이 높아지는데 긴축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그만큼 우리는 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우리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수요와 공급이 줄었는데, 백신 접종 이후 수요가 급등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앞으로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연준도 인플레이션을 막으면서 경기 둔화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 복잡하다. 제가 연준에 근무하고 있지 않다는 게 평생 처음으로 감사할 정도다.

-- 달러 강세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나.

▲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 자체도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제 회복세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파운드화가 엄청나게 흔들렸을 때처럼 사람들은 미국을 '안전지대'로 생각하고 선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강달러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자유주의 질서에 변화가 있다고 보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다양한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 같다.

▲ 불확실성이 많다. (보호무역조치가) 정당하고 생각하는 부분은, 우크라이나로 드론이 수출되는 것 같은, 최첨단 기술과 안보가 연결되는 제품들에 한해서다. 결국 글로벌 협의체를 통해 이를 규제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기구를 강화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보호주의를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잘못된 생각이다.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은 기술 혁신 없이 경제 성장 둔화를 겪었다. 한국 역시 1950년대까지 보호주의를 하다가 개방하면서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서도, 전 세계를 위해서도, 지금 상황을 잘 주시하고 장단점을 검토해 보호주의에서 선회하기를 바란다.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평가는.

▲ 전기차에 집중해서 얘기하면, 안타깝다. WTO 상 불법이냐 아니냐,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미국 내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공정하다. 그렇지만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보조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 같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보조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른 전기차 생산자들이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갈 때쯤이면, 이게 실패한 정책임을 인지하고 철폐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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