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포커스] 바이넥스, 실적 좋은데…짜도 너무 짠 '연구개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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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를 뒤덮었던 뉴스 중 하나는 '임의제조'였습니다. A제약사가 약을 개발해서 B제약사에게 맡겨 생산해달라고 했는데, B제약사가 약의 부수적인 성분을 마음대로 바꿔 만든 겁니다. 약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물질을 바꾸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안전이 최우선인 의약품의 성분이 뒤바뀌는 건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넥스의 실적은 좋았습니다. 2020년 1330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지난해 1344억 원으로 오히려 올랐습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757억 원의 매출과 1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6%, 179.6% 올랐습니다. 임의제조 문제가 일어났던 위탁생산 부문도 큰 타격이 없었습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619억 원에서 올 상반기 806억 원으로 더 늘었습니다.
셀트리온의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셀트리온은 바이넥스와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셀트리온은 이미 풀가동하고 있는 공장 라인의 여유를 확보하게 됐고, 바이넥스는 업계의 불신어린 눈초리를 희석시키면서 셀트리온의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받는 기회가 됐습니다.
바이넥스, CDMO '원조'…투자가 없네
바이넥스는 상반기 기준 회사 매출의 42.5%를 위탁생산 사업에서 내고 있는 기업입니다. 상반기 위탁생산이 포함된 바이오사업부는 회사 매출 757억 원 중 331억 원을 올렸습니다. 나머지 매출은 화학약품 판매에서 나오는데, 점안제의 매출 비중이 조금 높은 편이긴 하지만 7개 분야 품목에 매출이 전반적으로 흩어진 구조입니다. 적어도 의약품 사업에서는 눈에 띄는 강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CDMO 사업과 관련해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것과 달리 연구개발에는 굉장히 인색한 편입니다. 바이넥스의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32%, 액수로는 2억 4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비용투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매출의 1%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상반기 기준 29명이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에 박사급 인력은 단 2명입니다. 한 명은 2014년 박사학위를 딴 해에 바로 바이넥스로 입사한 차장급 인력입니다. 쌓인 노하우에 비해 전문성을 갖춘 고급 인력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제약·바이오 업체 중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업체는 보통 매출의 10~20%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쏟습니다. 드물게는 3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약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조 단위 연간 매출의 5~6%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합니다.
바이넥스 "CDO 플랫폼 이미 구축"
CDMO 업체가 수행하는 연구개발의 핵심은 CDO입니다. 혁신적인 물질을 개발한 업체들에게 완성약으로 도달하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이정표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역시 위탁개발 서비스의 선택지로 제공되는 기술입니다.
바이넥스의 CDO 사업은 크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자체 세포주도 쓰지 않고, 삼성바이오처럼 자체 플랫폼에 대한 브랜딩 작업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이넥스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하고 상품화해 생산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계약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며 "현재 10여 건의 계약 실적을 보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넥스의 플랫폼은 관류 배양, 혹은 연속 배양(Perfusion)이라 부르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대형 탱크에서 천천히 배양을 하는 대신 작은 탱크를 활용해 빠르고 연속적인 배양을 하는 방식으로, 최근 10년가량 사이 생산성을 10배가량 늘렸다는 게 바이넥스의 설명입니다.
바이넥스의 고위 관계자는 "위탁개발과 관련된 플랫폼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해 둔 상태"라며 "연구개발보다는 장비 구매나 시설에 대한 투자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기에 고객사의 CDO를 수행하면서 연구개발비로 잡히지 않는 노하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다시 플랫폼을 개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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