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추 한 포기 도매가 800원…차라리 산지 폐기 해달라"

양지웅 2022. 11. 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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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뽑아서 서울 가락동으로 보내는 배추는 값을 얼마나 받을지 몰라. 엊그제도 도매시장으로 한 차(10t) 올렸는데 한 포기에 800원도 못 받았어."

강원지역 곳곳에 가을 한파가 닥친 4일 오전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가을배추를 수확하던 김모(65)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1망에 2천300원, 망에는 배추 3포기가 들어 있으니 1포기에 800원도 받지 못한 셈이다.

영서 내륙의 가을배추 주산지인 서면 지역은 요즘 가을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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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 급락에 농민들 한숨 "정부가 비축물량 뒤늦게 시장에 풀어"
농림부 "가격 폭등 잡고자 수급 안정 나선 것…공급은 불가피"
가을배추 수확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금 뽑아서 서울 가락동으로 보내는 배추는 값을 얼마나 받을지 몰라. 엊그제도 도매시장으로 한 차(10t) 올렸는데 한 포기에 800원도 못 받았어."

강원지역 곳곳에 가을 한파가 닥친 4일 오전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가을배추를 수확하던 김모(65)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11월 2일, 배추 1행 10㎏ 800 그물망 2천300원 낙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1망에 2천300원, 망에는 배추 3포기가 들어 있으니 1포기에 800원도 받지 못한 셈이다.

영서 내륙의 가을배추 주산지인 서면 지역은 요즘 가을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흐뭇한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농민들 얼굴에는 미소 대신 근심이 어려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배춧값이 급락해 소득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배추 3포기 2천300원에 낙찰 [촬영 양지웅]

이맘때 나오는 가을배추가 가격이 고랭지배추보다 낮은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농민들은 가격 하락세가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배춧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넘게 비싸, 가을배추도 제값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배추 10㎏ 도매가격은 3만8천8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천300원보다 3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높이 머무르던 배춧값은 고개를 꺾더니 지난달부터 추락하기 시작해 이달 2일 들어서는 지난해 가격을 밑돌기 시작했다.

배추 고르는 소비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민들은 정부가 시장 개입 시기를 잘못 판단해 배춧값이 급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면에서 30년 넘게 배추 농사를 짓는 홍윤표(65) 씨는 "배추가 비쌀 때나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어야지, 하락세에도 계속 물량을 풀어버리니 가격이 속절없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씨처럼 10㎏에 2천300원 받는다면 도매시장에 한 트럭 보내도 200만원이 채 안 떨어진다"며 "여기에 인건비 80만원, 운송비 55만원, 망값 20만원, 도매시장 수수료 등을 다 제하면 비룟값이나 수중에 남겠냐"고 덧붙였다.

다른 농민도 "배추 수확 철에 비축물량을 싼값에 풀어버리면 농사꾼들은 그냥 빚쟁이로 살라는 얘기와 다름없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산지 폐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배추 수급을 안정시키고자 비축물량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 5천여t을 시장에 풀었다.

그래도 배춧값이 평년을 계속 웃돌자 10월 1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준고랭지 2기작 확보 물량 2천300여t을 추가로 시장에 풀었다.

춘천 배추 수확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농가 손해로 이어졌다는 농민들의 성토에 농식품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불안으로 인해 배춧값이 9월 중순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공급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비축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평년보다 낮아진 것은 최근의 일이고, 너무 많이 풀어서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은 곧 공급이 부족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며 "정부 공급이 없었다면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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