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10월의 스타트업 7선.. 퀵커머스 RCPS 무인트랙터 베트남 테크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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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코너의 시작’이라고 쓰려다가 ‘테스트’라고 씁니다. ‘이 기사는 꼭 봅시다’라는 코너를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구독자 반응이 좋으면 안착, 안 좋으면 이번 레터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파일럿 레터인 셈이죠. 한달간 등장한 한국의 온갖 기사 가운데,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기사만 픽업했습니다. 22년 동안 기사를 읽고 쓰는 일에만 매달린 쫌아는기자 1호가 맡습니다. 마음대로 코멘트도 달았습니다.
취지는 거창합니다.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의 초심은 ‘네이버에 검색하면 등장하는 천편일률적이고 비슷비슷한 기사 반복은 그만하자. 네이버에선 찾아볼 수 없는, 스타트업 스토리를 쓰겠다’ 였습니다. 방식은 ‘날 것 그대로’입니다. 의외의 좋은 반응 덕분에 쫌아는 프로젝트는 유료 레터로 꽤나 성장 궤도입니다. 그런데 천편일률적인 네이버 기사 홍수 속에 빛나는 기사들도 묻혀버리곤 합니다. 맞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이 큐레이터로서, 그런 기사만 쏙 뽑아, 나름의 의미 부여도 해봅니다. 첫 시도에선 10월 한달간 네이버에 등장한 스타트업 기사 가운데 7개 기사를 픽업했습니다.
1. 유니콘 쏟아지던 ‘즉시 배달’ 퀵커머스 전 세계서 휘청…이유는
인사이트라는건 원래 단순한 대목에서 나온다고 했나요? 배민의 김봉진 창업가에게는 ‘두바퀴’와 ‘네바퀴’입니다. 음식 배달은 두 바퀴죠. 물건을 배달하는건 똑같지만, 그 매개체인 오토바이·자전거와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다니는 길이 다르니, 운송 방식이 전혀 다른거죠. 두 바퀴의 혁신은 팬데믹 때 엄청났죠. 음식 배달만 생각하시겠지만,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주문 즉시 배달하는 퀵커머스도 대단했습니다.
배민의 김봉진 창업가는 3년 전에 30분이면 배송한다는 B마트를 시작했죠. 독일에선 퀵서비스 스타트업인 고릴라스와 플링크가 유니콘입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등장했죠. 작년까지 최고였지만, 올해는 직원 해고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질문은 이런 겁니다. 본래 두 바퀴의 혁신은 세상을 바꿀 예정이었는데, 팬데믹이 시점을 앞당겨준 것일까요? 아니면, 퀵커머스와 같은 무모한 서비스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그러니까 왜곡된 환경에서만 성립되는 걸까요? 후자라면 전세계 퀵커머스 스타트업은 모두 망하겠죠.
쫌아는기자의 생각은 무인 배달입니다. 배달의 비용을 현재 상태로 둔다면, 퀵커머스는 끝입니다. 소비자가 좋아했던건 맞지만, 배달 비용 지불 의사는 글쎄요. 인간의 노동력이 꽤 많이 투입되는, 두 바퀴 혁신만으론 퀵커머스의 지속가능성은 확신 못합니다. 대도심의 근거리 무인 배달이라면, 지속가능하지 않을까요.
원문 보기 : 유니콘 쏟아지던 ‘즉시 배달’ 퀵커머스 전 세계서 휘청…이유는
2. 스타트업을 지배하는 ‘꽃놀이패’... RCPS를 아시나요?
모험자본이란 말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설레게 합니다. 모험자본이 있기에 창업가는 모험을 떠날 수 있으니까요. 김범수 카카오 창업가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라고 했다고 하지요. 2009년 NHN(현 네이버의 전신)를 떠날때 한 말입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니, 모험가는 설렐 수밖에요.
모험자본의 셀렘을 없앤게 RCPS라고 비판하는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한번쯤 들어봤을 ‘RCPS’는 논란의 소지도 크고, 찬반도 갈립니다. 쫌아는기자들은 요즘은 투자업계에 RCPS가 별로 없는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군요. 올 상반기 VC 신규 투자에서 RCPS를 포함한 우선주 형태로 투자된 비중은 72.4%라네요. 놀랐습니다. RCPS에 대한 찬반을 떠나, 비율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작년에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VC도 대기표를 끊고 기다려야한다”는 말도 나왔었는데, 하지만 역시 갑(甲)은 돈을 쥐고 있는 쪽이었던 걸까요?
투자의 속사정은 남이 알 수 없습니다. 창업가와 투자자는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게 태반입니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존재가 아니라, 실은 같은 배를 타는 동지인데 말입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당연히 모험자본을 대준 스페인 이사벨 여왕이 있었기에 가능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RCPS가 뭔지, 일독의 필요는 있습니다. 물론 ‘돈 앞에서 작아지는 창업자들’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스타트업’, ‘겨울이 왔을 때 더 강력한 RCPS’와 같은 표현처럼 부정적인 입장이 많은 글이긴 합니다.
원문 보기 : 스타트업을 지배하는 ‘꽃놀이패’... RCPS를 아시나요?
3. 로봇트랙터가 알아서 파종·제초·수확… 8년내 ‘완전 무인농업’ 이룬다
자율주행차는 거짓말 투성이입니다. 머스크의 거짓말보다 한 수(手) 위일지도요. 대체 언제쯤 서울시내에 완전 자율 주행차, 그러니까 무인차가 등장할런지요. 기술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가 장벽입니다. 대표적인 게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입니다. 뭐, 타다가 싫다고, 법을 만들어서 퇴출한게 우리나라 정치권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생각컨데, 사회·문화의 장벽이 없는 곳에서 자율 주행 기술이 먼저 자리잡겠지요. 어디일까요? 쫌아는기자는 줄곧 ‘농업’이 답이라고 봤습니다. 드넓은 평야에 등장한 무인 트랙터를 막을 규제라는게 있긴 할까요? 반대할 기득권 세력도, 협회도 없습니다. 드넓은 평야는 연구실 환경과도 유사하고, 돌출 변수의 숫자도 도심보다는 훨씬 작을 것입니다. 농업용 기계 시장도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내년 1월의 CES 기조연설자는 미국 농기계 기업 디어앤컴퍼니(Deere&Company)의 존 메이 CEO(최고경영자)입니다. 완전 자율 주행 트랙터 ‘오토노머스 8R’는 운전자 없이도 24시간 밭을 갈고, 파종하고 작물을 수확합니다. 무엇보다 ‘시판용’입니다. 연구실이 아니구요.
원문 보기 : 로봇트랙터가 알아서 파종·제초·수확… 8년내 ‘완전 무인농업’ 이룬다
4. 베트남 만만히 본 한국 스타트업의 ‘오만’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은 대개 3가지 패턴입니다. 미국 직진파. 승부를 보겠다고, 결국 미국에서 승부해야, 글로벌이 된다고. 일본파. 한국에서 통한거니 일본에서도 통하지 않겠어라는. 심지어 시장도 꽤 큰 걸. 마지막이 동남아 안착론. 왠지 동남아는 다른 곳보다 쉬울지도 몰라.
베트남은 인구 9800만명인데다 그 절반이 20~40대인 젊고도 큰 나라입니다. 베트남에는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인 오케이쎄(OKXE)와 온라인커머스인 마켓사이공(Market Saigon)이 현지 안착한 사례라는군요. 베트남 하노이의 오케이쎄는 온라인에서 중고 오토바이를 사고 파는 시장을 여는데 성공해, 앱다운로드 800만 건을 돌파했고, 매월 10만 대의 매물이 등록된다고 합니다. 호찌민의 마켓사이공은 한국 식자재와 상품을 주문 1시간 이내에 배송한다고 합니다. 작년에 월매출이 전년대비 4배 이상 늘었다고. 기사에선 안착이라곤 했지만, 숫자만 봐선, ‘툭하면 비관적인 잣대에 쉽게 매모되곤 하는’ 쫌아는기자들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악전고투의 어느 메쯤인 것으로 보이네요.
베트남을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의 문제점으로, ‘베트남은 뒷돈이면 행정 절차는 다 해결된다는 잘못된 인식’ ‘인건비가 한국의 절반이라는 오해’ (외국어 구사하고 컴퓨터가 되는 화이트칼라 인건비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라네요)를 꼽았습니다. 쫌아는기자가 한 스푼 더한다면, “어렵사리 성공했는데 왜 아직도 매출 숫자가 안 오르지”라는 대목도 있습니다. 인구와 같은 장미빛 전망만 보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성장 궤도의 국가로, 신규 서비스에 선뜻 돈을 지불할, 돈많은 20~40대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지불 의사가 있는 금액 수준도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낮습니다.
예컨데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는 베트남 음원 시장에서 안착을 넘어선 성공의 레벨이지만, 아직도 큰 돈 벌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3년전쯤 브이라이브 쪽 리드와 얘기할때 역시 고민은 ‘숫자에 따라오는 매출이 생각만큼 없더라’라는 대목이었습니다. 당시엔 브이라이브가 베트남 음악 시장을 다 접수한다는 식의 기사만 넘쳐나고 있던 때였지만, 정작 내부에선 고민의 연속이었던 겁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브이라이브는 현재 빅히트-네이버의 합작 법인인 비엔엑스에 매각돼, 위버스컴퍼니로 이름이 바뀌었네요.
원문 보기 : 베트남 만만히 본 한국 스타트업의 ‘오만’
5. 해상풍력 전기를 배로 옮긴다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나면 꼭 묻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매출요? BEP(손익분기점)? 기업 밸류? 실은 페인포인트입니다. 스타트업이 중소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인건, 해결하고픈 페인포인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하더군요. 뾰족할수록 좋다고도요. 자금과 기술만으론 못 푸는 문제를 풀려면, 열정을 넘어선 천착해야한다고도요.
페인포인트는 누군가 대신 찾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친 듯이 하루 종일 고민하려면, 남의 내준 숙제가 아닌 스스로 찾은 인생 과제라야하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운반하는 배’라는 페인포인트는 어떤지요? 먼바다에서 거센 바람으로 터빈을 돌려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가져옵니다. 바다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일본 스타트업 ‘파워X’가 찾은 페인포인트라고 합니다. 선체 100m의 컨테이너선은 한 번에 200MWh(메가와트시) 전기를 운반합니다. 한 척에 30억엔 정도한답니다. 기술적인 배리어가 엄청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배터리를 선박에 잔뜩 실어서, 해당 풍력 발전기까지 가서 충전하고 되돌아오면 되니까요. 요지는 이게 BEP를 맞출 수 있느냐겠지요.
작년 3월에 설립된 파워X의 창업가는 이토 마사히로 씨.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식품 대기업 ‘이토햄’의 창업자 이토 덴조의 손자라고 합니다. 벌써 미쓰비시상사와 같은 일본 대기업에게서 50억엔 정도의 투자금도 받았습니다. 이토 마사히로 창업가는 본인의 과제에 침전해 문제를 하나씩 풀면서 앞으로 나갈까요? 성공한다면, 앞으로 2~3년 뒤엔 일본 스타트업의 대표격인 인물로 꽤 이름이 오를 내릴지도 모르겠네요.
원문 보기 : 해상풍력 전기를 배로 옮긴다
6. 한국에도 ‘테크 마피아’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최근 로스앤젤레스 최고 부촌인 벨에어에서 핀테크 기업 ‘페이팔(PayPal)’의 상장 20주년 기념 파티가 열렸다”라고 시작하는 음재훈님의 칼럼입니다. 이른바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 ‘페이팔 마피아’의 모임 얘기입니다. 음재훈님은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과도 인연이 있다네요. 페이팔이 상장하기 전인 2001년, 아직 엑스닷컴이란 이름인 벤처였을때 싱가포르 투자사 버텍스가 투자했는데, 음재훈님이 당시 투자 담당자였다고 합니다. 음재훈님의 아내가 2000년 페이팔에서 인턴십했고 또 입사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론 머스크가 신혼 여행 간 사이에 피터 틸 등이 쿠테타를 일으켜, 이사회를 설득해 머스크를 회사에서 쫓아냈다는 일화도 재밌습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 대부분이 존경하는 ‘피터 틸’이 페이탈 상장 직전에 모교인 스팬퍼드 출신 심복들로만 상장사 임원진을 채웠다는 얘기도요. 피터 틸이 숱한 유명한 저서에선 본인의 이런 경험은 보지 못했는데, 없었지 않나요?
명언도 나옵니다. ‘성공은 용서를 낳는다’고요. 한국에서도 페이팔 마피아와 같은, ‘네이버 마피아’나 ‘넥슨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가 등장할까요. 음재훈님의 바람은 바로 그곳이고, 칼럼의 결말도 그렇습니다. 쫌아는기자는 굳이 꼽자면, 카카오마피아가 그래도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쫌아는기자들은 1년 전 뉴스레터로 [스타트업 카카오기원설 : 왜 유독 카카오 출신 창업자가 많을까] 라는 글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원문 보기 : 한국에도 ‘테크 마피아’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7. 스타트업계 ‘황금 인맥’…창업자는 삼·네·카, VC는 KAIST
한국에서 페이팔 마피아에 가까운게 ‘카카오 마피아’가 아니라, 역시 ‘삼성’이라는 기사도 재밌습니다. 삼성전자가 2012년에 사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을 만들어, 엄청난 수의 창업가를 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59개 회사가 C랩에서 분사했다고요. 웰트의 강성지 대표,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 등이 C랩 출신이라고 합니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출신 창업가도 많습니다. 네이버 출신은 더핑크퐁컴퍼니의 김민석 대표, 팀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 등입니다. 카카오는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 공동대표 등입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출신은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 등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배민의 김봉진 대표도 네이버 출신이라고 해야할까요? NHN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은 카이스트 마피아라고 하네요. 카이스트 출신 모임은 무려 170여 명으로, 박하진 H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주도한다고 합니다. 임형규 인터베스트 부사장,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투자부문 대표, 최형규 데브시스터즈벤처스 대표, 신현준 인터베스트 상무,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등이 주요 멤버입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유주현 포스텍홀딩스 대표, 안근영 LB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윤영민 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변준영 컴퍼니케이 부사장 등도 모임에 참여한다고요.
스타트업 창업가와 VC 주요 인사의 실명이 참 많이 등장하는 기사네요. 읽는데는 5분이면 휘리릭입니다만, 막상 이런 기사를 취재하고 쓰는데는 굉장히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원문 보기 : 스타트업계 ‘황금 인맥’…창업자는 삼·네·카, VC는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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