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톡!] 사이다 없이 먹는 맛있는 고구마, 신규 대륙 '플레체'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월 26일, 드디어 기다리던 플레체가 로스트아크에 업데이트됐습니다. 스토리 풀 악셀, 가장 슬픈 이야기가 펼쳐질 대륙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기대하던 대륙이었는데요. 성물을 찾아다니는 악마의 행적은 플레체 대륙으로 이어지고, 모험가는 아만으로 추정되는 악마의 뒤를 쫓아 플레체로 향합니다.
예술과 자유와 낭만의 도시, 플레체의 첫 인상은 흡사 옛 이탈리아와 같았습니다. 사실 플레체라는 도시의 이름과 베디체 가문을 생각했을 때 피렌체와 비슷할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는데 도시 곳곳의 수로와 배가 떠 다니는 모습은 베네치아도 연상됩니다. 전체적으로 유화로 그린 듯한 따뜻한 색감의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술가들로 가득한 이 곳을 모험가는 과거의 행적을 좇아 현재의 단서를 얻으려 합니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아만의 낡은 가방을 이용해 환영석을 만들고, 아만의 환영을 추적해 현재 그의 위치를 알아내고자 했죠. 가방에 남겨진 아만의 편지를 읽자 레온 하트에서 처음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났던 그 시절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플레체 대륙의 스토리는 아만의 추억 속 장소에서 그의 행적을 쫓고, 한편으로 페이튼에서 실종된 데런들을 수색하는 양 사이드로 전개됩니다. 국정은 어디로 내팽개친 건지 프리힐리아 마을에서 실리안도 합류하죠. 최초의 여정을 함께 했던 세 친구들 중 이제는 둘만 남아, 떠난 이의 가장 소중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공유합니다. 플레체로 돌아온 뒤로는 수상한 쪽지의 인도 하에 페데리코와 재회하며, 이그니스 대성당에서 안토니오 주교가 꾸미는 비밀스러운 음모를 파헤치죠.
전체적으로 플레체의 스토리는 아만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고생 속에서도 클라우디아가 아만을 얼마나 소중하게 키웠는지 짧은 컷신으로도 느껴지게 하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클라우디아의 대사 하나 하나에 아이를 향한 온화한 애정이 담기도록 고심한 흔적이 보였어요.
내내 고통스러워하다 잠든 아이의 곁에서 밤새 기도하며, 마침내 찾아온 위협 앞에서 아이 앞을 막아서고 대신 희생하는 모습. 아만을 향해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 내 모든 것이라 독백하는 클라우디아의 목소리에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절실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만큼은 복수나 운명 같은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길 바랬던 바람도요.
플레체로 떠나기 전, 루테란 성의 귀빈실에서 하룻밤 지내는 퀘스트의 이름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었죠.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석양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반갑게 다가오는 개인지 나를 물어뜯으려 달려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 황혼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입니다. 퀘스트 이름으로 이미 은유했듯 플레체에서는 아만의 탄생과 유년기, 현재까지도 암약하고 있는 세이크리아 황혼 사제단의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황혼 사제들이 실마엘 광석과 데런을 이용해 실험을 행하고 있었으며, 일반인뿐만 아니라 사제들 스스로도 실험에 자원했었다는 정보는 이전 대륙에서 이미 어느 정도 공개된 정보였는데요. 플레체에서 황혼이 이미 루페온의 부재를 알고 있었으며, 신성력과 데런의 힘을 동시에 지닌 아만을 열쇠이자 그릇으로서 모종의 의식에 이용하려 한다는 점이 밝혀지죠.
황혼은 스스로를 '가장 먼저 어둠과 마주하여 빛을 지키는 자'라고 자칭하는데요. 안토니오가 그렇듯 실마엘 혈석과 혼돈의 조각을 통해 사제임에도 적극적으로 악마의 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황혼의 대주교 바실리오는 신의 시대가 저물고, 찬란했던 여명은 사라졌지만 빛도 혼돈도 아닌 새로운 질서를 언급하며 자신들이 신의 시대를 여미어 인간의 미래를 여는 자들이라 말하죠. 황혼 사제들의 목적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 속에서 아만과 모험가의 역할은 무엇인지는 앞으로 풀릴 내용을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 대륙 엘가시아가 1부의 완결편 격이라면, 플레체는 2부의 프롤로그 쯤으로 여기면 됩니다. 과거는 현재와, 현재는 미래와 이어져있다는 샨디의 말처럼 플레체 스토리가 기존 아만의 행적에 대해 모험가가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긴 했습니다.
아만에게 불안하면 주먹을 쥐어보라는 클라우디아의 말을 들으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클로즈업되는 그의 주먹을 보며 태연해 보이지만 실은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죠. 남겨진 바람의 절벽에서 왜 아만이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라고 말했는지, 어른이 돼서 어머니를 지키는 사제가 되고 싶어 하던 소년이 그 곳에서 왜 그렇게 절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만 개인의 이해에 치중한 탓에 로스트 아크와 관련된 큰 스토리가 진행되지는 않았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플레체에서 밝혀진 것은 황혼 사제들의 목적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으며 아만이 구속을 해제하고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다, 정도니까요.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사실 없이 계속 떡밥만 던지고 있으니 사이다 없이 고구마만 계속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맛없는 고구마는 아니었지만, 계속 고구마만 먹다 보면 목이 메이고 답답하기 마련입니다. 플레체 스토리에 만족하긴 했지만, 다음 대륙 볼다이크에서는 부디 속 시원하게 이 답답함이 해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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