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3세 이선호, 한화 3세 김동선 경영 보폭 확대… 신세계 ‘신상필벌’ 적용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사업 환경이 악화일로를 겪는 상황에서 재계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모습이다. 단적인 예로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빨라졌다. 한 발 빠르게 인사를 단행해 어려운 여건을 헤쳐가고 미래 전략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 기업은 CJ그룹으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10월 조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개월이나 빠른 인사다. 한화그룹은 8월 29일 9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0월 12일 한화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인사를 했고, 같은 달 24일 후속 인사를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핵심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고 10월 27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0월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식 없이 바로 현장 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첫째 혹은 둘째 주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는데, 올해는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 신규 임원 평균 나이 45.5세
CJ그룹은 지난해 11월 C.P.W.S(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한 2021~2023년 중기비전을 발표하면서 10조 원 이상 투자로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혁신 성장과 최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CJ그룹은 이 같은 중기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 추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올해 10월 24일 조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임원인사 사흘 후인 27일에는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지주사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그룹 CEO 미팅'을 진행했다. 2023~2025년 중기비전 전략 실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 내년 이후 그룹의 성장 전략과 실행 방안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예상되는 2023년은 그룹의 미래 도약 여부가 판가름나는 결정적 시기"라면서 "중기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을 내년 이후 일할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이번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조직 안정화와 젊은 인재 발탁이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글로벌 식품 사업을 관장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인사에서 식품전략추진실 전략기획1담당으로 선임돼 미주 사업을 총괄하던 그는 이번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재계에서는 해당 자리의 역할을 고려하면 승진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경영리더는 미국 슈완스 법인과 CJ푸드 법인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등 미주 사업 대형화 기반을 구축하고,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식품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미주를 넘어 유럽·아태 지역을 포괄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신사업 투자,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CJ그룹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신임 대표에는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가 내정됐다. 이재현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구 대표는 지주사 전략1실장을 거쳐 CJ푸드빌,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공석이 된 CJ올리브영은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가 승진해 취임한다. 이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 여성 대표이사다. 미래 성장을 이끌 젊은 인재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신임 임원은 44명으로, 평균 나이는 45.5세다.
포지션 중심 인사체계 도입한 한화
10월 12일에는 한화솔루션, ㈜한화, 한화테크윈,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커넥트 등 8개 계열사가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스피탈리티 부문 미래전략실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는 승마사업 등을 자회사로 분리해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겸하면서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를 유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40대 초중반 여성 임원의 발탁도 눈에 띈다. 한화솔루션은 26명이 임원으로 승진했고,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 처음으로 나왔다. 1981년생인 김혜연 갤러리아 부문 프로가 그 주인공이다. 한화에너지도 스페인법인을 담당하는 1979년생 홍승희 법인장을 첫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10월 24일에 이어진 인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명, 한화디펜스 6명, 한화시스템 8명, ㈜한화 모멘텀 부문 3명 등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신세계 계열사 CEO 대거 교체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임원) 인사는 2가지 리더십이 동시에 요구된다"며 "우선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해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장 실행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리더십도 요구된다"며 "기업들은 임원인사에서 10년 후를 내다보고 2가지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패러독스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