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20년 꽃길, 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뷰]

윤혜영 기자 2022. 11.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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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인터뷰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룹 노을이 스무 살, 성인이 됐다. 큰 사춘기 없이, 걷다 쉬다 보니 어느덧 20년이 지났다는 노을이다.

노을(전우성, 이상곤, 나성호, 강균성)은 2002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박진영이 만든 '붙잡고도'를 데뷔곡으로 내세운 노을은 SK텔레콤 모바일 서비스 'JUNE'으로 독특한 마케팅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아파도 아파도' '전부 너였다' '청혼' 등의 히트곡을 냈지만, 2006년 3집을 끝으로 멤버들이 군 복무에 돌입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모든 멤버들이 병역을 끝낸 2011년, 소속사를 옮긴 뒤 '그리워 그리워'를 내며 활동을 재개했고,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한 그룹으로 20년이란 긴 세월을 이어온 만큼, 멤버들의 소회도 남다를 법했다. 나성호는 "컴백을 하고 콘서트를 하다 보니까 20년이 됐다. 큰 일 없이 안정적으로 잘 온 것 같다. 노래 많이 들어주시는 분들한테도 감사하고 좋은 노래 만들어주시는 작곡가분들과 회사 식구들이나 매니저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전우성은 "흘러흘러 20주년이 된 느낌이다. 차분히 잘 흘러서 40주년, 100주년까지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건강도 좀 챙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균성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큰 축복을 받았다. 모든 것들이 다 퍼즐처럼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된 느낌이다. 돌아보면 좋은 일들도 많고 감사한 분들도 너무 많다. 때로는 어렵고 힘든 일들도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저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시켜준 것 같다. 진정한 꽃길을 걷는다는 건 꽃길만 걷고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꽃은 흙에 막혀 있지 않는 거지 않나. 흙에 심겨져야 꽃이 피는 거고. 흙은 꽃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고보면 '그게 다 성장을 안겨줬구나' 해서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감사한 생각이 든다"고 비유했다.

이상곤은 "천운이 따랐던 것 같다. 멤버들 만난 것부터가 운의 시작이었고 저희를 만들어준 (JYP 박)진영이 형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못 만난지 좀 오래됐지만 만나면 고맙다는 얘기부터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잘 맞는 멤버들을 만나, 때마다 좋은 회사와 스태프들을 만나고, 또 좋은 곡을 써준 작곡가를 만나 자신들을 계속 사랑해주는 팬들을 만났기에 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노을이다.

나성호는 "20년 돌아보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열심히 했는데 우리한테 영향 받는 사람들이 많더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는 영향을 주는 일이구나. 그렇다는 건 좋은 영향을 잘 끼쳐야 하는구나' 느꼈다. 그게 책임감으로 연결이 돼서 일상 속에서도 책임감 있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년을 지나며 소위 '사춘기'라 할 법한 방황과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었을 터. 하지만 이상곤은 "다행히 사춘기 시절에 저희가 잘 안 봤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5년 간의 공백이 그 시절을 메꿔주지 않았나 싶다. 서로 연락은 항상 하면서 지냈지만 대면으로 만난 적이 많이 없었다. 군 생활도 하고 다른 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일적으로 트러블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사춘기 시절은 잘 흘려버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강균성은 "우리 내부적으로는 이렇다할 문제가 없는데 외부적으로는 좀 있었다. 우리는 해체라는 얘기를 해본 적도 없고 생각도 안 해봤는데 그런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또 회사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에 가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면서 단단해지는 과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각자가 생각하는 노을의 대표곡도 꼽았다. 나성호는 '그리워 그리워'라면서 "감사한 곡이다. 중간에 5년이란 공백이 있었지 않나. 그때는 이미 아이돌들이 메인 스트림이 됐을 때고, 한국 대중음악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그 곡은 저희 네 명 듣자마자 '이 곡이 타이틀곡이 돼야 돼' 하고 발표했는데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관심도 많이 받고 다시 쭉 올 수 있었던 게 그 곡 덕분인 것 같다. 이전 같으면 다른 곡을 얘기했겠지만 20년을 맞는 올해를 생각해보면 '그리워 그리워'가 의미가 있고 고마운 노래"라고 설명했다.

전우성은 "저희 시작을 알린 데뷔곡 '붙잡고도'"라며 "신인인데 이례적으로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았나. 신인이 그렇게 알려지는 게 쉬운 건 아닌데 그게 좋은 뿌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고, 강균성은 "휴대폰에 우리 노래가 들어 있었지 않나. 우리랑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을 만나면 그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자랑했다.

이어 이상곤이 "많은 곡들이 의미가 있지만 2집 수록돼 있는 '말을 해'라는 곡"이라고 하자 강균성이 "제가 쓴 노랜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곤은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저희가 처음으로 곡을 썼다. 모든 곡이 당연히 다 중요하고 좋은데 저는 다른 관점으로 '말을 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균성은 '너는 어땠을까'라고 답하며 곡을 쓴 정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 노래가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그 노래는 음원사이트 보면 '좋아요' 수가 저희 노래 중에 두 번째로 많다. 스테디셀러인 거다. 뮤비도 1000만 뷰가 넘었다. '발라드 가수' 입장에서는 엄청난 조회수가 나왔다. 어떻게 보면 지고 있는 노을을 잠깐 다시 위로 조금 올려준 느낌이다. 그 노래가 없었다면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도 그만큼 화제가 되지 않았을 거고 이렇게 오기 어려웠을 거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또 그 노래가 MZ 세대들이 좋아한다. 발라드도 속된 말로 올드 발라드, 요즘 발라드가 있는데 그 노래는 10대, 20대 친구들에게 어필이 많이 되는 멜로디와 감성을 갖고 있다. '너는 어땠을까'가 아직 우리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노을을 알릴 수 있는 곡이었기 때문에 20주년까지 오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노래"라고 했다.

노을 인터뷰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노을은 20주년을 맞아 미니앨범 '스물'을 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식어가는 어느 연인의 감정과 심리를 표현한 타이틀곡 '우리가 남이 된다면'을 비롯해 멤버들이 쓴 수록곡까지 총 6곡이 담겼다.

나성호는 "몇 년 동안 싱글을 발표하다가 오랜만에 앨범을 만들었다. 20주년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멤버들이 한 곡씩 만들어서 수록하면 좋지 않을까 했다. 곡을 만들다 보면 자기 생각이나 감성이 들어가니까. 그래서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을 한 곡씩 수록했다. 오랜만에 각자 곡을 직접 만들어서 멤버들의 색깔도 드러나는 앨범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나성호는 맨 마지막 트랙 'It's Okay'를 작사작곡했다. 그는 "세상에 모든 마이너리티들이 듣고 위로받고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곡을 쓰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 한 곡씩 쓰자고 얘기했는데 몇 달 동안 너무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다. 그러던 중 매일 보는 뉴스, 다큐멘터리, 영화, 책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차별 받거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곡을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3번 트랙 '아직 널 사랑해'를 쓴 전우성은 "발라드 곡이다. 이별 후에 후회하는 내용을 담았다. 콜라보 작업을 많이 하는데 '살기 위해서'를 쓴 오성훈이라는 친구가 있다. '어떤 발라드 하면 좋을까' 같이 상의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상곤은 "저는 '너와 바다'라는 노래를 썼다. 아내랑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 제가 면허가 없어서 아내가 렌트카를 운전했다. 그 계기로 '면허를 따야겠다' 생각하고 면허를 땄는데 나중에 같이 여행 가면 틀어주고 싶은 노래를 쓰자 싶었다. 예전에 쓴 노랜데 묵혀놨다가 멤버들과 같이 얘기해서 넣게 됐다. 드라이브송으로 좋은 노래를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강균성은 이번 앨범 타이틀과 같은 '스물'을 작업했다. 그는 "20주년 미니앨범을 만들자 했을 때 스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20'이라는 숫자가 의미가 있고 성인이 되는 기점인데 그 순간만을 이야기하면서 20주년을 자축하는 내용은 아니다. 어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기점을 맞이했을 때 그동안 왔던 여정들, 빛나게 될 당신의 삶을 응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게 썼는데 그 제목이 앨범 제목으로까지 돼 버리고 앨범 전체의 주제를 아우르는 곡이 됐다. 그러다 보니까 저에게는 더 큰 의미가 생기게 됐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노을은 '스물'이라는 제목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도 진행한다. 강균성은 "저희 공연 티켓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다. 오시면 정말 후회 없는 공연이 될 거다. 발라드 가수니까 심심하지 않을까. 잔잔하지 않을까. 아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히트곡들 다 불러드릴 거고 각양각색의 솔로 무대가 있다. 몇 곡은 멋있게 편곡했다. 여러분들과 같이 뛰고 놀고 호흡하는 파트도 있다. 오셔서 감성도 가져가시고 힐링도 얻고 스트레스도 푸셨으면 좋겠다. 후회 없는 시간으로 만들어드리겠다"며 폭풍 PR을 이어갔다.

20년을 달려온 노을은 올드하다는 느낌 없이 30년, 40년, 50년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미래를 꿈꿨다.

이상곤은 "앞으로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승으로 가지 않는 한, 이 안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은 든다. 앞으로도 무탈하게 같이 걷다 쉬다, 걷다 쉬다 하고 싶다"고 했다.

"20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까 저희의 음악과 함께 만들어진 여러분들의 추억도 있잖아요. 음악만 잘한다고 가수가 아니라 물의를 일으키면 그분들의 추억을 훼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시간을 음악만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희 인성이나 삶에 대한 부분도 바르게 잘 살아내어서 여러분들의 추억을 훼손시키지 않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큰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겠습니다."(강균성)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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