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비극…45명 증언·300여개 제보영상 속 진실

최지윤 2022. 11.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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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그것이 알고싶다', 이태원참사로 본 우리 사회 민낯
군중파도 현상…"인위적으로 밀거나 힘 가한 정황없어"
핼러윈, 젊은이들만의 문화로 치부해 안일하게 대응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SBS TV 시사교양물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태원 참사를 들여다본다.

5일 오후 11시10분 방송하는 그것이 알고싶다는 '핼러윈의 비극, 외면당한 SOS'로 꾸려진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드러낸 우리 사회 문제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수십 명의 증언과 수백 개 제보영상을 통해 비극이 일어난 원인을 살펴본다.

"아비규환이었다. 진짜 그냥 지옥이었다. 사람들한테 껴 1㎝도 못 움직이고 있는데, 완전 압박이 돼서 숨을 못 쉬었다. '이대로 죽겠구나' 싶었다." "구조대원이 친구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미동이 없었다. 얘는 지금 세상에 없고, 저희는 살아 있지 않느냐. 그냥 그 자체가 죄책감이 든다."

"중간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 '뭐야' '뭐야' 이러면서 궁금해서 더 밀고 들어왔다." "여기 사람 죽는다고 '살려 달라'고 하는데, 저기 멀리서는 '야 밀어! 밀어!' 이러고 막 밀고 있고···." "파도처럼 밀려가다가 딱 멈췄다. 내 의지로 움직인 게 아니었다."(이태원 참사 생존자 인터뷰 中)

이날 우현(가명·32)씨는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 그날 밤 점점 늘어난 인파에 휩쓸려 도착한 이태원 H호텔 부근에서 앞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했다. 군중에 휩싸여 친구들과 떨어지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앞뒤로 밀착되면서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쓰러지는데 거리 앞뒤 상황은 알 수 없고,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들만 들렸다. 우씨는 눈앞에 '살려달라'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죽음의 공포를 느끼다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극적으로 구조 돼 살아남았지만, 함께 있었던 친구 한명은 목숨을 잃었다. 자연재해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 때문에 죽은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압사 사고로 무려 156명이 사망하고, 173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우씨처럼 이태원 축제를 즐기러 갔던 20~30대였다.

사고 원인을 두고 추측이 분분했다. 사람들을 몰리게 한 유명인 방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군중 속에서 '밀어'라고 외치며 참사를 야기한 주동자들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며 국과수와 함께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참사가 일어난 장소는 용산구 이태원로 7가에 위치한 H호텔 옆 약 50m 거리 내리막 골목길이다. 길 위쪽은 폭이 5m 이상이지만 아래쪽은 3.2m로 좁아졌다.

제작진은 일주일간 생존자와 부상자, 목격자 등 제보자 45명을 만났다. 이들의 증언과 제보 영상 300여 개를 근거로 그날상황을 분석했다. 현장을 단위 면적 11개로 세분, 사고가 발생할 무렵 어디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인파 흐름은 어땠는지 살펴봤다. 현장 주변이 담긴 영상을 종합한 결과, 특정 위치에서 인위적으로 밀거나 힘을 가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속 사람들은 무언가에 떠밀리듯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가는 '크라우드 서지'(Crowd Surge)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군중밀도가 1㎡ 당 9명 이상이 되면 목표한 대로 이동이 불가능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군중 흐름에 쏠려 다니게 되는 '군중파도'(Crowd Surge)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상태에서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고, 누군가에게 밀침을 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서울시와 지자체 등 행정부처의 안일했던 핼러윈 준비 질책도 쏟아졌다. 무엇보다 경찰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안일했던 인력 배치, 112신고의 부실 대응, 현장 경찰에게 책임 전가, 참사 후 민간 사찰까지 연일 문제가 알려졌다. 참사 당일 축제 인파와 관련된 위험 신고 전화를 11건이나 받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참사 전날인 28일에도 인파에 밀려 넘어진 사람이 여럿 있다는 신고가 112와 119에 접수됐다.

일부 전문가와 외신은 행정당국과 우리 사회가 이태원 축제를 젊은이들만의 문화로 치부해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아닌 젊은이이니까 스스로 행동에 책임질 수 있고, 신체 건강하니 불편해도 감수할 수 있고, 위험이 닥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편견이 안전 사각지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불꽃 축제는 똑같이 수많은 인파가 모였어도 문제없이 끝났다. 주최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행정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답변 말고, 두 행사 의 준비와 대응이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보고,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의 어떤 민낯을 보여주는지 짚어볼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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