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시신 나른 뒤 고통와도 “뉴스 회피만”…‘트라우마 치료’ 사각지대

2022. 11. 4. 09: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하철에서 사람이 우르르 내리는 것만 봐도 그때 상황이 생각나요." 이태원 참사 당일 시신을 나르는 등 구조 작업에 동참한 30대 A씨는 요즘 뉴스를 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이 번지는 가운데 일부 생존자나 유가족이 A씨처럼 고통을 느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당일부터 이틀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다던 이모(29) 씨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상담을 받는 행위조차도 사치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등 지원 쏟아지지만
“난 괜찮다”는 생각에 미뤄
‘간접 외상’ 입은 시민도 “사치”
“PTSD, 치료 늦어지면 지속돼”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옆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김희량·박상현 기자] “지하철에서 사람이 우르르 내리는 것만 봐도 그때 상황이 생각나요.” 이태원 참사 당일 시신을 나르는 등 구조 작업에 동참한 30대 A씨는 요즘 뉴스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만 가도 힘들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심리 상담을 받지는 않고 있다. A씨는 “참사 관련 기사나 영상을 보지 않으려 하고, (당시 상황을) 잊기 위해 바쁘게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이 번지는 가운데 일부 생존자나 유가족이 A씨처럼 고통을 느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고통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여기거나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직접 청해야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신청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심리 상담 지원을 적극적인 장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유가족과 생존자는 정신적 고통이 있어도 “나는 괜찮다”는 생각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유가족 B씨는 “심리 상담을 해준다는 데 나보다 다른 가족이 더 힘들다”면서도 “공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서 도운 이태원 지역 상인 D씨도 “후유증과 수면장애가 심하다”면서 당시 상황을 말하기도 힘들어했지만, 그 역시 별다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간접 외상을 입은 시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참사 당일부터 이틀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다던 이모(29) 씨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상담을 받는 행위조차도 사치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

상담 제도가 신청주의라 이용의 한계를 느낀다는 시민도 있었다. 20대 직장인 박모 씨는 “내가 상담이 필요한 상태인지 인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차라리 의무적으로 검사나 상담을 하게 한 뒤에 불필요한 사람은 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재학생 중 희생자가 여러 명 있었던 서울 소재 E대 관계자는 “지난 4일간 이용 건수가 10건 내외였다”며 “상담 신청의 어려움 느끼거나 모를 수 있어 관할 자치구 보건소랑 협업해 상담 안내 부스 홍보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재학생 중 희생자가 있었던 F대 관계자도 “교수나 불안 증세를 본 기숙사 관계자로부터 ‘이상 증세가 있는 학생이 있다’며 문의가 온다”면서도 “상담 건수는 10건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상담센터가 잘 이뤄지는 있는 고려대의 경우만 지난 3일까지 75명의 재학생이 상담을 신청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와 자치구 상담센터에는 지난달 31일부터 4일 0시까지 618명의 시민이 찾아왔다. 전화 상담 건수는 2289명이다.

전문가들은 위험군에 있는 시민을 별도로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초기 시기를 놓치면 오래 가고 치료도 어려워진다”며 “신청주의의 한계로 심리적 문턱이나 물리적 어려움 있는 시민들을 찾아가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 등은 이번 참사로 상태가 더 나빠질까 걱정된다”며 “현재는 위험군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심리 상담 등에 대한) 홍보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hope@heraldcorp.com

pooh@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