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파란색 생쥐 “나도 생명을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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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주디 블룸의 동화 '별 볼 일 없는 4학년' 이래로 공진하의 '벽이', 이현의 '로봇의 별', 김남중의 '동화 없는 동화책'을 오승민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읽었다.
'명희의 그림책' '찬다 삼촌' '나의 독산동' 등의 그림책에서 오승민 작가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과 서러운 웃음을 그렸다.
한 편의 영화에 가까운 이 그림책에서 오 작가는 얇은 캡슐로 위장한, 생명에 대한 우리들의 허위의식을 예리하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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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 붉은신
오승민 그림책 │ 만만한책방
1999년 주디 블룸의 동화 ‘별 볼 일 없는 4학년’ 이래로 공진하의 ‘벽이’, 이현의 ‘로봇의 별’, 김남중의 ‘동화 없는 동화책’을 오승민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읽었다. 패트리샤 매클라클랜의 ‘사진이 말해주는 것들’을 잊을 수 없는 책으로 만들어준 것도 오승민 작가였다.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글에 새로운 빛을 준다. ‘명희의 그림책’ ‘찬다 삼촌’ ‘나의 독산동’ 등의 그림책에서 오승민 작가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과 서러운 웃음을 그렸다.
그림책 ‘붉은신’은 글과 그림을 모두 오 작가가 작업했다. 72쪽에 이르는 긴 서사다. 이 작품은 “무지개 끝에 하얀 배가 있다네. 병들고 아픈 동물을 기다리네. 거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네…”라는 할아비 쥐의 노래로 시작한다. 오 작가 특유의 파란색 몸을 가진 아픈 생쥐가 이 노래를 듣고 생명을 살려준다는 ‘붉은신’을 찾아간다. 이 생쥐는 몸이 가장 약한 쥐에게 붙이는 ‘꼬리끝’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났다. 그는 하얀 배를 찾는 데 성공하지만 그 안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팔이 유난히 긴 오랑우탄 559를 만난다.
작가는 ‘꼬리끝’과 ‘559’의 절박한 모험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약은 어떤 치명적인 독을 품고서 제조되는가 묻는다. “실패한 동물은 여기 있어야 해” “저기 가면 더 많아” “저 밑에 친구들이 아직 있어”로 연결되는 여기, 저기, 저 밑의 서사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한 편의 영화에 가까운 이 그림책에서 오 작가는 얇은 캡슐로 위장한, 생명에 대한 우리들의 허위의식을 예리하게 건드린다. 빛을 따라 교차되는 색의 세례가 눈물 속의 축복 같다. 200여 권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온 오 작가만의 짙은 세계, 그 정수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72쪽, 1만8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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