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추구한 사람… 고다르는 현재진행형”
■ ‘누벨바그의 거장’ 故 장 뤽 고다르 감독 회고전 열려
감독이기 전에 이상적인 비평가
자신의 영화안에서 끝없이 고민
80년대 영화에서 문학 등 인용
영화학도들조차 해석 어려워해
생전에 “영화는 집 나간 아이”
상업적 수단에 활용되자 비판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 스산해진 11월, 서울아트시네마와 아트하우스 모모는 고다르 영화를 상영하며 그를 추모한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11월 한 달간 ‘아듀 고다르’ 특별전을 통해 ‘네 멋대로 해라’(1960), ‘경멸’(1963),‘미치광이 피에로’(1965) 등 초기작부터 중·후기작까지 광범위하게 상영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그의 1980~1990년대 영화에 집중하는 ‘포에버 장 뤽 고다르’를 14일까지 연다. 특히 상영시간 4시간 26분에 이르는 ‘영화사’(1998)는 필수 관람작이다. 60년 전 그와 동료들이 일으킨 ‘누벨바그’는 영화사에선 한 시대의 ‘역사’가 됐지만, 영화의 혁신이 계속돼야 하는 한, 이 ‘새로운 물결’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회고전의 타이틀처럼 ‘포에버 장 뤽 고다르’다.
◇‘감독 전에 이상적 비평가이자 모범적 관객’
고다르가 다른 영화감독들과 갖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그는 영화가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자신의 영화 안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구상했던 진정한 의미의 작가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는 “고다르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까 같은 감독으로서 접근보단 이미지를 보는 게 무엇이고, 사운드를 듣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경계를 고민했다”며 “그런 점에서 관객의 위치에서 영화에 접근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은 무슨 의미인지 몰라 당혹스러워하지만 보고 나면 무엇을 봤고, 무엇을 들었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냐라는 단순한 질문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다르 영화는 너무 어렵다’
대다수 관객에게 고다르 영화는 어렵다. 어느 정도 편견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다. 특히 서울아트시네마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그의 1980년대 영화들은 이렇다 할 스토리 없이 문학과 회화 등 수많은 인용이 쏟아져 기존 영화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디렉터는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다르 영화는 감독의 의도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네 멋대로 해라’ 등 그의 1960년대 작품들은 기존 영화 규칙을 전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나마 기존 영화 규칙을 전제하고는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작품들은 기존 영화 규칙 자체를 부정하고 새 규칙을 만들려 했다. “새로운 규칙을 모색한 1980년대 이후 영화가 무질서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예외성을 통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김 디렉터는 설명했다.
◇고다르가 지향한 ‘영화의 확장성’
고다르는 생전에 영화를 ‘집 나간 아이’라고 칭했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발명했을 때 영화는 정해진 용도가 없었지만 갈수록 상업적 수단이라는 극히 좁은 용도로만 활용된다는 비판을 견지한 표현이었다.
김 디렉터는 “고다르는 영화의 본질적 특성을 확장성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축소돼온 기존 영화를 거슬러 나갔다”며 “관객 입장에선 영화의 잠재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다르는 노년까지 기술과 매체의 발달을 적극적으로 습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영하려 노력했다. 실제로 1970년대엔 비디오를 프랑스에서 처음 활용했고, 말년엔 ‘언어와의 작별’(2014)이란 3D 영화도 만들었다.
서울아트시네마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열정’(1980)과 ‘누벨바그’(1990)등은 고다르가 모색한 영화의 확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영화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끝까지 추구”했던 고다르는 생전에 “영화의 역사는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의 역사”라고 했다. 그는 떠났지만, 관객이 그의 영화와 만나는 한 그의 영화와 영화적 실험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기현 “이재명 얼굴에 웃음기 가득…세월호 아이들에 ‘고맙다’ 한 文과 오버랩”
- [속보] 참사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 대기발령...류 총경·용산서장 수사 의뢰
- 희생된 미국 대학생들은 ‘절친’이었다...참사 직전 제주여행도 함께
- ‘무 뽑듯’ 30명 구조하고 사라진 외국인 의인들, 주한미군들이었다
- “가족들 알면 게을러질까봐” 인형 탈 쓰고 420억 원 복권 당첨금 수령
- ‘182㎝·96㎏’도 번쩍, 바닥에 깔린 30명 구조 뒤 홀연히 사라져…“흑인 의인에 감사”
- 野 “이태원 참사 경찰 부실 대응 원인은 尹 대통령”...‘대통령실 지키려 구조 외면’ 주장
- “내 딸, 옷도 가방도 없이…피 묻은 천에 싸여 돌아왔다”
- 98년생 아이돌, 40대 사업가와 불륜설…“아내·자녀 존재도 알아”
- 국제미인대회서 맺어진 인연…결혼까지 골인한 두 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