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지표, 위기 데자뷔? 미 긴축에 심해지는 '3고 1저'

권경성 2022. 11.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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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는 이미 켜졌다.

데자뷔처럼 대외 신용지표들이 일제히 과거 위기 당시 악몽을 소환하고 있다.

과거 위기의 발단은 모두 미국의 금리 인상이었다.

다만 러시아ㆍ중국 등 지정학적 위험과 탈세계화ㆍ신냉전 분위기로 인한 글로벌 공조 공백이 과거와 달리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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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합위기 진단
쌓이는 무역적자, 줄어가는 외환보유액
"대중 수출 의존 성장 엔진 교체 추진을"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속 네 번째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발표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적신호는 이미 켜졌다. 데자뷔처럼 대외 신용지표들이 일제히 과거 위기 당시 악몽을 소환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지난달이 처음이다. 수출이 끝내 감소세로 돌아서며 적자 규모도 커졌다. 9월 한 달 새 월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줄었던(196억6,000만 달러)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27억6,000만 달러가 더 빠져나갔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막아 보려 한국은행과 정부가 갖고 있던 달러화를 또 시중에 풀어 놓으면서다.

과거 위기의 발단은 모두 미국의 금리 인상이었다. 제1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띠게 되면 신흥국 자산에 들어갔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탈하며 달러 유출까지 부추긴다. 이런 식으로 1997년 태국에서 발발한 외환위기가 1년도 채 안 돼 한국 등 아시아로 번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부동산값 폭락이었는데, 이 역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이 촉발한 결과였다.

글로벌 경제를 위기와 침체로 몰아넣고 있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는 이번에도 멈출 줄 몰랐다. 2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다시 밟았다. 네 번 연속이다. 한국경제의 ‘3고 1저(고환율ㆍ고물가ㆍ고금리ㆍ저성장) 복합위기’가 대형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진 셈이다.

더 강해진 달러는 벌써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더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환율은 대형 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수입 물가를 끌어 올리는 고환율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동력이 된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은 다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고, 내수 축소는 경기를 위축시킨다. 채권시장의 자금이 말라 기업은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강달러발(發) 글로벌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에 큰 악재다. 그렇게 저성장의 길이 열린다.

그래도 아직 낙관론이 우세하다. 외환보유액ㆍ대외자산 규모, 단기외채 비율, 은행의 고유동성 외화자산비율 등 대외 건전성 지표가 과거보다 훨씬 양호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다만 러시아ㆍ중국 등 지정학적 위험과 탈세계화ㆍ신냉전 분위기로 인한 글로벌 공조 공백이 과거와 달리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과제를 찾아내 해법을 마련할 기회로 활용한다면 이번 위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환율 상승이 과거처럼 수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대중 수출에 의존했던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을 바꿀 때가 됐다”며 “구조적인 대책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고 1저' 지뢰밭 위 한국경제] 글 싣는 순서

<1> 고금리 비명

<2> 고환율 비상

<3> 고물가 신음

<4> 저성장 수렁

<5> 복합위기 진단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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