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최선 다했는데 징계 걱정”…이태원 경찰 가족의 호소문

이하린 2022. 11. 4.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 [사진 출처 = 유튜브 ‘니꼬라지TV’ 캡처]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사력을 다해 구조에 나섰던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장에 나갔던 경찰들이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심리치료는커녕 징계를 받을까봐 걱정하는 처지라는 것. 이에 많은 누리꾼은 “최선을 다한 경찰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2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 가족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분들, 유족께 조의를 표한다”고 운을 뗀 뒤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하고 치워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 가족을 포함해 당시 근무했던 경찰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며 “다만 인력이 없어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동대에 출동 요청을 계속했지만 윗선에서 무시했다“고 전했다.

A씨는 “밤새 심폐소생술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고생했지만 정작 경찰 너희들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계셨던 경찰관, 소방관분들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제 가족은 PTSD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했다.

이어 “당장 징계받지 않을까, 혹시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라며 “나는 최선을 다해서 윗선 지시대로 일했는데 막상 문제 생기고 나니 내 탓이라며 나부터 징계받고 잘린다고 생각해봐라.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글을 올린다”고 썼다.

해당 게시물을 본 블라인드 이용자들은 ”경찰관들이 최선을 다한 거 모르는 사람 없다”, “문제는 윗선이지 파출소 직원이 아니다”, “직접 현장에 나가 발로 뛴 경찰들이 대체 무슨 잘못이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 글. [사진 출처 = 블라인드 캡처]

A씨는 다음날 추가글을 통해서도 “어떤 사람들은 파출소에 신고 전화를 걸어 ‘살인자들 잘 있냐’며 업무방해를 한다고 한다”며 “이런 행동은 단순히 경찰관과 그의 가족들에게 큰 상처일 뿐 아니라 급한 신고가 들어올 수 있는데 장난 전화로 업무방해를 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제발 이 사고가 파출소 직원 탓, 경찰 탓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며 “그들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참사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의 모습도 영상으로 퍼지며 큰 울림을 준 바 있다. 그럼에도 김 경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을 구조하지 못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선 파출소를 포함한 전방위 감찰을 시작했다. 112 신고에 대응했던 이태원파출소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일선 경찰관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