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리 4%까지 간다, 환율은"…'파월 쇼크'에 펼쳐질 고난길
美연준 "최종금리 더 높다"…韓금리, '빅스텝'하고 4%까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종 기준금리 고점을 기존 전망(4%대)보다 높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현재 3%에서 최고 4% 가까이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1%포인트 이상의 한미 금리차를 방치하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한은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두달 연속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미 금리차를 좁히려면 빅스텝이 필요하지만,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사태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연준은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 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높아졌다.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뒤집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어느 시점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빠르면 다음 회의(12월)나 그 다음 회의가 될 것이지만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지난 9월 회의 이후 나온 데이터는 궁극적인 수준의 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대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최종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 속도조절을 언급한 연준 성명 발표 직후 오름세를 보이던 미국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해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55%,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지수는 2.5%, 나스닥지수는 3.36% 급락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고점도 상승했다. 2일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5~5.2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45.9% 반영하고 있다. 한달 전(10월3일)만 해도 해당 확률은 0%였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내년 3월 기준금리를 5~5.25%까지 올린 후 내년 11월까지 이를 유지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사실상 상향조정되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가 3.5%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다수의 금통위원이 말씀하신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라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이번 금리인상 흐름에서 최종적으로 3.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그러나 미 연준이 최종 기준금리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입장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지난 8월25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외환시장 등을 고려하면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차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실제로 국내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상향을 반영하고 있다. FOMC 직전인 지난 1일 4.068%까지 하락했던 국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4.178%로 상승했다. 통상 국채 3년물 금리가 최종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시장은 한은 기준금리가 4%에 가까운 3.928%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금통위 직후 최종 기준금리 컨센서스(평균 전망치)가 3.5~3.75% 수준에서 형성됐다면 현재는 3.75~4%로 올라섰다는 얘기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5% 안팎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형성되면 한은은 3.75% 정도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은은 미국과의 금리차 1~1.25%포인트 수준을 마지노선이라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오는 24일 금통위에서 연이어 빅스텝을 단행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자금유출과 원/달러 환율 안정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을 단행해 한미금리차를 좁혀주는 것이 필요하나,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된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라며 "한미금리차 관리는 지금이 그나마 적기"라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 불안은 돈이 없다기보다는 금리인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며 "빅스텝을 단행하고 금리인상이 (특정시점에) 종료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오히려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매파적이었으나 12월 FOMC에서 점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불안해 빅스텝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0.25%포인트를 올려 놓고 12월 연준의 결정을 (한은이)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갈 길 멀다" 경고에 또 '킹달러'...연말 환율 1400원 맴돈다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에 피봇(통화정책 기조전환) 기대감이 꺾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3거래일 만에 1420원대로 마감했다. 미국이 더 '높고 오래' 고(高)금리 상태를 끌고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달 한 번 남았지만 미 연준의 금리 결정 기회는 오는 12월까지 한 번 더 남아있다. 결국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연말까지 환율이 14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불안한 국내 자금시장 상황과 무역수지 적자 등에 비춰보면 미국의 정책 전환 없이는 추세적인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준은 2일(현지시간)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탭(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FFR)는 기존 3%~3.25%에서 3.75%~4%로 올라섰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3%)와의 격차는 상단 기준 1%포인트(p)로 확대됐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연준이 다음달 빅스텝에 나선다면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확대된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는 커지고 이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23.8원 마감했다. 이날 전날보다 7.9원 오른 1425.3원에 출발한 환율은 10원 넘게 오르며 1428.3원까지 상승했지만 오후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환율이 142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31일(종가 1424.3원)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전 거래일 대비 0.628% 오른 112.1 선을 기록했다.
연준의 이번 회의 결과는 대체로 시장 예측에 부합했지만, 시장은 기준금리를 당초 연준이 제시한 수준(4.6%)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말에 주목했다. 또 파월 의장은 이날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매파적(통화긴축선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비춰볼 때 당분간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400원 전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 9월부터 950억 달러씩 양적긴축(QT)에 나서고 있어 긴축 여파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속도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직전 장중 고점 수준이었던 1440원대를 넘어서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 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율도 연말까지는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안정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한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서만 491억117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 당국이 환율 쏠림 현상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등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 결과다.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시진핑 3기' 출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원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만큼 장중 위안화의 향방에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내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누적 무역적자는 356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크레디트(신용)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외화조달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올해 경기는 내수가 이끌어왔지만 이마저도 방역조치 완화로 인한 단기적 효과일 수 있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속도를 낮춰서 유지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이상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대내외 불안 요인이 하나라도 터진다면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도 장담하지 못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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